[MBN스타 이다원 기자] 최근 브라운관에서 가장 도드라진 존재감을 뽑는다면 단연 배우 조진웅이다. 케이블방송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한 번 옳다고 믿는 것은 그대로 행하는 대쪽같은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아 싱크로율 100%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다.
극중 조진웅의 아우라는 김혜수나 이제훈을 압도할 정도. 불의를 보면 ‘욱’하다가도 차수현(김혜수 분)을 챙길 땐 ‘츤데레’ 매력을 펼치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2004년 데뷔 이후 그가 인생작인 ‘시그널’을 만나기까지 12년을 뒤돌아봤다.
↑ 디자인=이주영 |
◇ ‘솔약국집 아들들’
그가 브라운관에서 제대로 얼굴을 알린 건 KBS2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부터다. 물론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종혁 패거리로 나와 눈도장을 찍었지만 TV 드라마에선 단역에 가까운 조연을 맡아오다 ‘솔약국집 아들들’ 브루터스 리 역으로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극 중 오토바이를 끌고 시끄럽게 등장하는 브루터스 리로 분해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진풍(손현주 분)의 첫사랑이었지만 세상을 떠난 혜림(최지나 분)의 남편으로 두 아이를 성실하게 돌보는 아빠지만 미국 LA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하면서도 한국어가 미숙한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손현주는 조진웅에 대해 “부산에서 연극한 기본기가 탄탄하다. 내 밥그릇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찬사하기도 했다.
◇ ‘열혈장사꾼’
같은 해 그는 KBS2 ‘열혈장사꾼’에서 순수하면서도 어리바리한 순길 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했다. 큰 덩치에 펌 헤어스타일, 덥수룩한 수염으로 ‘허당기’가 곳곳에 묻어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조진웅은 이 작품에서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코믹함을 담당했다. 어린 학생에게 무시당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로 상대 측 화를 돋우자 눈물까지 흘리는 지질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진지한 얼굴로 사건을 추적하는 지금의 그에게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 ‘추노’
그는 2010년 KBS2 히트작 ‘추노’에서도 활약했다. 극 중 태하(오지호 분)가 있던 훈련원 무사 중 가장 으뜸인 한섬 역을 맡아 ‘명품 조연’이란 수식어를 처음 얻었다.
당시 그는 특유의 남성미를 앞세워 사나이다운 기개와 호방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특히 시청자들은 그가 흠모하던 궁녀 필순(사현진 분)이 숨지자 오열하며 절절하게 떠나보내던 장면을 백미로 꼽기도 했다. 그동안 어수룩한 이미지를 이 작품 하나로 날려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같은 해 그는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주인공 최강타(송일국 분)과 대립하는 악역 장호로 분해 그동안 인간미 넘치던 느낌을 모두 벗어버렸다.
조진웅은 치졸하고 무식한 장호 역으로 시청자가 지닌 재벌2세에 대한 환상을 보기 좋게 깼다. 또한 송일국과 연기 대결에 있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당시 ‘추노’에 이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까지 쉼 없이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극 중 캐릭터가 극명하다보니 많은 작품을 해도 별달리 어려운 점은 없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 ‘욕망의 불꽃’
같은 해 MBC ‘욕망의 불꽃’에서도 조진웅은 ‘소처럼’ 일했다. 건달 강준구로 등장해 윤정숙(김희정 분)을 사랑한 나머지 강간이라는 씻을 수 없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굴곡진 인생을 생생하게 그려나갔다.
그는 이 작품에서 한 여인을 향한 절절한 사랑 탓에 사형수로 전락하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리면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마지막 사형을 앞두고 면회온 윤정숙에게 “널 보고 싶었지만 오지 않을까 두려워 부르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보는 이를 눈물짓게 했다.
그가 보여준 시골 청년의 순박함과 명품 연기가 강간이라는 막장 전개마저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 ‘사랑을 믿어요’
이듬해 그는 KBS2 ‘사랑을 믿어요’에서 다시 순박한 청년으로 돌아왔다. 극 중 강직하면서도 순수한 남자 김철수 역을 맡아 한채아와 알콩달콩 커플 연기를 펼쳤다.
‘사랑을 믿어요’의 이재상 PD와 조정선 작가는 조진웅을 공중파로 내보낸 일등공신이었다. 전작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조진웅의 진가를 알아본 게 바로 이들이기 때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조진웅은 몸과 마음으로 노력했다. 캐릭터에 맞추기 위해 매일 운동장 30바퀴씩 뛰며 124kg까지 나가던 체중을 30kg 이상 감량했다. 슬림한 슈트 자태가 돋보인 건 바로 이때부터였다.
◇ ‘뿌리깊은 나무’
“무사 무휼~”
조진웅은 같은 해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휼 역으로 여성팬 뿐만 아니라 남성팬의 마음까지 단단히 붙잡았다. 시리즈로 불리는 SBS ‘육룡이 나르샤’의 무휼 역인 윤균상도 제작발표회에서 “조진웅 연기에 푹 빠져서 봤다”고 팬을 자처할 정도.
당시 시청자들도 무휼의 죽음에선 함께 울었다는 반응이었다. 당당하고 올곧은 무휼이 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에 칼이 들어와도 그 칼날을 품으려 한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조진웅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인 작품을 선택한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내가 ‘뿌리깊은 나무’ 출연을 두고 무조건 하라고 하더라. 그랬더니 정말 잘됐다”고 말해 애처가임을 입증했다.
◇ ‘태양은 가득히’
‘뿌리깊은 나무’ 이후 그는 한동안 스크린을 떠나지 않았다. ‘범죄와의 전쟁’ ‘박수건달’ ‘파파로티’ ‘끝까지 간다’ ‘화이’ 등 다양한 영화에 얼굴을 내밀면서 ‘조진웅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다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건 2014년이었다. KBS2 ‘태양은 가득히’에서 노련한 사기꾼 박강재 역으로 시청자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그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파 캐릭터를 이 작품에서도 이어갔다. 극 중 재인(김유리 분)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세로(윤계상 분)에게 밀려 안타까운 짝사랑을 했다. 비록 애국가에 버금가는 저조한 시청률로 큰 관심을 얻진 못했지만 이때도 조진웅의 명품 연기력만큼은 시청자에게 인정받았다.
◇ ‘시그널’
그에게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던진 ‘시그널’은 그야말로 맞춤복 같은 작품이었다. 무전기 하나로 과거와 미래의 형사들이 미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 작품에서 그는 정의로 똘똘 뭉친 이재한 역을 맡아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폭발시켰다.
극 중 ‘이재한’은 ‘살아있는 정의’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권선징악, 불의에 맞서는 선 등을 바라며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이상향과도 같은 존재. 수많은 출연진 중 조진웅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숙성된 된장 같은 연기력도 ‘조진웅’ 석자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숨 막히는 90분의 전개 끝에 시청자 머릿속엔 조진웅의 잔상만이 오롯이 남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