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생활밀착형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 그동안 OCN 드라마가 추구했던 미스터리 감성물에서 조금 벗어난 도전적인 장르는 분명하다. 거창하지만 사실상 코믹액션 첩보물이다.
주말 밤을 겨냥한 ‘동네의 영웅’은 흥미를 유발시켰으나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진 못했다. 상당히 비밀스러운 우리 동네의 숨은 히어로를 꿈꿨으나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영웅놀이에 그치고 있다. 16부작의 절반인 8회를 마치며 전환점을 돌았으나 시청률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 사진=MBN스타 DB |
‘동네의 영웅’은 박시후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기력 논란은 없다.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박시후는 물론 이수혁과 권유리의 연기도 합격점을 주기 충분하다. 또 명품 조연들인 조성하, 정만식, 윤태영, 최윤소도 열연을 펼쳤다. 일본, 중국, 홍콩 등 해외 로케로 볼거리가 풍성하게 꾸몄다.
스토리도 흥미롭다. 억울한 후배 죽음의 비밀을 풀려는 전직 정보국 요원이 가난한 취업 준비생과 생계형 부패 경찰과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남몰래 돕는 동네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뭔가 부족한 듯 어설플까.
박시후는 극중 백시윤 역으로 분했다. 전 중앙정보국 요원의 신분을 감춘 동네 바(Bar) 사장으로 등장한다. 마음의 상처를 품고 있는 박시후의 동네에서 알 수 없는 음모가 펼쳐지고, 박시후는 밤의 그림자로 활약한다.
모자와 마스크는 신분을 숨기는 트레이드 마크. 박시후는 최고 수준의 실전 무술 전문가다. 생존 기술을 익혔고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살상용 무술을 지닌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드러난 액션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영웅이 코믹스러운 악당을 처리하는 과정은 어설프기만 하다. 마스크와 모자 하나로 자신의 신분을 완벽히 숨길 수 있다는 설정도 불편하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유치한 수준이다.
캐릭터의 연결고리도 아쉽기만 하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배정연(권유리 분)의 ‘뜬금’ 역할은 오히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악역 캐릭터도 실패다. 잔인하지도 공포스럽지도 않은 악당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습게만 비춰진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추노’ ‘빠스껫 볼’ 등의 연출을 맡았던 곽정환 PD는 이번 작품을 위해 엄청난 고민 과정을 거쳤다. 곽 PD는 “멋있는 건 좋은데 한국적인 상황에서 첩보 수사물이 일반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공감이 갈 수 있는 생활밀착형 캐릭터 영웅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곽 PD의 도전적 노림수는 엇나간 듯하다. 신선하긴 했지만 완성도에서 어설펐다. 탄탄한 작품성에 재미를 녹였어야 했다. 웃음 코드는 안방을 지키고 있는 대중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정통 수사극이다. 여기에 신선한 소재가 가미됐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도 일품이다. 주연과 조연, 악역들의 확실한 캐릭터화에도 성공했다.
반면 ‘동네의 영웅’은 일반적인 ‘느와르’가 아닌 밝고 엉뚱하고 발랄한 ‘생활밀착형’ 분위기로 어울림을 노렸다.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핵심 장치였다. 하지만 장르물과 휴먼드라마를 혼합시킨 코믹액션, 친숙한 배경에도 친숙하지 못한 공감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
전환점을 돈 ‘동네의 영웅’이 보여줄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 지지부진한 회상 씬과 느린 전개로는 위기를 벗기 쉽지 않다. 대중은 우리 동네에 숨어 있는 ‘화끈한 영웅’을 기대하고 있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