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사람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총 다섯 개 감각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의지해 삶을 이어간다. 이 감각기능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중 하나의 감각기관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팟캐스트에는 이런 오감 가운데 청각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방송이 있다.
‘수제비 ASMR 편한 밤 좋은 잠’(이하 ‘수제비’)는 포근한 목소리를 지닌 여성, 수제비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수제비는 2015년 11월 시작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저는 불면증이 진짜 심해요. 한번자면 오래 자는데 그런데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예요.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8시간 못잔 적도 있었어요. 이런 게 계속돼서 검색하다보니 ASMR이란 걸 들어보래요. 2년 전 일인데 한국어로 ASMR이라고 검색하니 딱 하나 나왔어요. 그걸 보다보니 5분 만에 잠 들었다가 너무 놀라서 깼죠.(웃음) 그래서 ASMR에 빠지게 됐고 이걸 만드는 상황까지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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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는 ASMR이라는 치료법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이다. ASMR은 오토노머스 센서리 메리디안 리스폰스(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뇌가 쾌감을 느껴 심리적 안정감, 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ASMR로 뭔가를 치료하거나 하는 등의 확실한 사례나 의학적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 즐거움을 깨닫고 마니아가 되기도 한다.
“원초적인 ASMR은 화이트 노이즈에요. 바람에 나무가 날리는 소리, 비오는 소리가 나오는 어플 같은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이 1차원적인 ASMR이라고 할 수 있고요. 제가 하는 건 여기에서 많이 진화가 됐죠. 어렸을 때 엄마 무릎 베고 귀를 파주고 그러면 잠이 오는 기분? 그런 걸 청각적으로 구현해주는 건데, 일상적으로 형언할 수 없지만 기분 좋은 자극들이 있어요. 그런 걸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만족시켜주는 거예요.”
‘수제비’는 ASMR 중 청각에 초점을 맞췄다. 간략한 대화가 함께하는 귀 청소와 면도, 말 없는 미용실, 두피마사지, 드라이아이스 사운드 등 다양한 ASMR 음성이 준비되어있다. 해외 팟캐스터들도 ASMR을 통해 음성을 올리지만 ‘수제비’는 모두 한국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는 매니아들의 호응을 받았고 ‘수제비’는 시작과 동시에 건강 카테고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녹음은 집에서 직접 혼자서 다 하는데, 면도하는 소리는 처음에는 눈썹 미는 칼로 피부에다가 슥슥 긁었죠. 오디오 콘텐츠가 좋은 게 생각하고 들으면 이게 진짜처럼 느껴져요. 영상으로 할 때는 실제로 해야 해요. 미용실 소리의 경우 가발 사다가 직접 자르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가발을 잘라볼까 생각을 해봤는데 마이크가 예민하다보니 실제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머리 카락 자르는 소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물티슈를 자르면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물티슈가 부드럽잖아요. 그 정도 강도가 녹음을 해서 들었을 때가 원래 느낌과 가장 비슷했어요.”
유튜브에는 수많은 ASMR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때문에 ‘수제비’의 시작 역시 유튜브였고 국내 ASMR 채널들 가운데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수제비’는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수정해 청각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이는 유튜브로 영상을 찾던 팬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결과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팟캐스트에는 왜 ASMR이 없을까’ 했어요. 제 유튜브 채널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한번 올려볼까 생각해봤는데 귀찮더라고요.(웃음) 유튜브는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새로 뭔가를 해볼 필요가 없다고 느꼈죠. 그렇게 1년간 유튜브에서만 활동했는데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새로운 장비도 많이 사고 편집 프로그램 공부도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되니 예전에 있던 걸 조금 더 좋게 수정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수제비’가 팟캐스트 상위권에 있지만 ASMR이 마니아들이 중심이 되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인지 ‘수제비’에서는 악플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끈끈한 유대가 돋보였다. 수제비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역시 이런 팬들을 위한 것이었다.
“저는 구독자분들을 향한 정말 애틋한 무언가가 있어요. 유튜브를 시작으로 ‘수제비’를 계속 찾아주시는, 팟캐스트로도 ‘수제비’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수제비 ASMR 편한 밤 좋은 잠’
2015년 11월29일 ‘ASMR 팟캐스트를 하는 이유’로 첫 방송. 2016년 2월17일 ‘드라이아이스 사운드 ASMR’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