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아역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가끔 드라마 속 아역으로 증명되기도 한다.
‘똑순이’ 김민희부터 올 초 전국을 복고 열풍으로 몰고 갔던 tvN ‘응답하라 1988’의 귀여운 마스코트 김설까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역대급 아역은 누가 있을까. 이름을 대신할만한 수식어를 단 시대별 연기 신동들을 알아봤다.
![]() |
↑ 디자인=이주영 |
◇ ‘똑순이’ 김민희
중견 배우 김민희는 한때 ‘똑순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 1980년 방영된 KBS2 일일 드라마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으로 출연하며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
오밀조밀한 외모에 귀여운 목소리, 똑 부러지는 말투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여기에 명품 연기력을 더하며 ‘국민 딸내미’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당시 ‘똑순이’란 이름으로 캐럴송 음반까지 출시하며 이름값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후 아역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양한 작품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 활약하던 그는 현재 SBS ‘마녀의 성’에서도 새터민 출신 홍춘설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 ‘순돌이’ 이건주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홈드라마를 꼽으라 하면 단연 MBC ‘한지붕 세가족’이다. 1986년부터 94년까지 무려 8년이나 방송한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던 아역은 바로 이건주다. 실제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순돌이’라는 극중 이름엔 누구나 ‘아~’하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한 지붕 아래 서로 다른 계층 세 가족이 펼치는 가족애를 그린 이 작품에서 이건주는 극 중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성공을 꿈꾸며 살아가는 가족의 외아들 순돌 역을 맡아 통통한 외모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순돌아버지’ 임현식, ‘순돌어머니’ 박원숙, ‘순돌이’ 이건주 세 사람은 ‘한지붕 세가족’에서 웃음을 전담하는 인물들이었다. 특히 어수룩한 아버지와 능청스러운 아이의 에피소드는 보는 이의 공감대를 자아내며 작품이 인기를 얻고 롱런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 ‘미달이’ 김성은
1998년 SBS 시트콤 한편은 전국을 웃음 신드롬에 몰아넣었다. 바로 산부인과 사람들을 소재로 한 ‘순풍산부인과’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독 많은 아역을 배출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얻은 캐릭터는 김성은이 연기한 미달 역이었다.
극 중 박영규(박영규 분)와 오미선(박미선 분)의 딸로 등장한 미달은 어린 나이에도 조숙한 사고방식과 ‘일단 하고 본다’는 무대포 정신으로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사고뭉치로 활약했다.
김성은은 어린 나이에도 시트콤에 적화된 연기와 톡톡 쏘는 말투, 천연덕스러운 표정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정배(이민호 분)와 의찬(김성민 분) 등 다른 아역과 함께 어른 못지않은 연기 호흡을 보이며 웃음보따리를 풀어놨다.
◇ ‘가시고기’ 유승호
2000년 MBC ‘가시고기’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시한부 연기를 위해 머리까지 빡빡 밀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9살 소년 유승호가 시청자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분투기와 부성애를 다룬 이 작품에서 유승호는 정호연(정보석 분)의 아들이자 병마와 싸우는 ‘정다움’으로 분했다. 떼를 부리기도 하고 애교도 가득하지만 자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 아빠를 위로할 줄 아는 의젓한 아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명연기 뒤엔 정보석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유승호가 놀고 싶어 꾀를 부릴 때면 장난감을 사주며 무사히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후문. 지금의 늠름한 배우로 자라기 위한 초석을 바로 정보석이 다져준 건 아니었을까.
◇ ‘어린 장금’ 조정은
2004년 음식 열풍이 한반도를 뒤덮은 건 바로 MBC ‘대장금’ 때문이었다. 이영애, 지진희 등 당대 톱배우들이 투입돼 한류 열풍의 시초가 됐던 이 작품은 아시아권에서 무려 10여년이나 넘게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대단한 작품의 첫 회를 장식한 건 이영애가 아닌 아역 조정은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어린 장금을 연기하며 똘똘한 이미지로 성인배우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당시 그는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을 뿐이데 어찌하여 홍시 맛이 나냐고 물어보시면”이란 대사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패러디될 만큼 유행하며 아역 배우로서 무시못할 힘을 입증하기도 했다.
◇ ‘빵꾸똥꾸’ 진지희
‘순풍산부인과’의 아역 스타가 김성은이었다면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은 ‘빵꾸똥꾸’ 진지희란 아역 배우를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진지희는 극 중 질투심 많은 장난꾸러기 해리 역을 맡아 욕을 먹을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빚기도 했다. 정보석-현경 부부의 딸로 등장한 그는 공부는 못하고 이기적이라 더부살이하는 신애(서신애 분)를 구박하지만 볼수록 귀여운 매력을 발산해 시트콤 매니아 사이에 자주 언급됐던 캐릭터.
특히 “빵꾸똥꾸야”라고 외치는 대사가 유행어로 자리 잡으며 각종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 ‘비단’ 김지영
2014년 ‘장보리 열풍’ 중심엔 존재감 100% 아역인 김지영이 자리잡고 있었다. MBC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유리 분)이 버린 딸이자 장보리(오연서 분)가 곱게 키워 밝고 깜찍하게 자란 비단 역을 기똥차게 소화해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려내는 명연기는 보는 이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가 막혔다. 또한 극 중 장보리를 위해 친엄마 연민정과 맞서면서도 혈연에 가슴 아파하는 장면은 어린 아이가 소화해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김지영은 맛깔나는 연기 비결에 대해 “연습의 결과”란 당찬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서울사람이라며 “사투리 연습을 많이 했다. 함께 출연하는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는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 ‘진주’ 김설
김지영과 달리 김설은 대사가 많지 않았음에도 귀여운 외모와 깜찍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케이스. 올초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선우(고경표 분)의 늦둥이 동생 ‘진주’로 분해 작품의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김설의 존재감은 예전 인기 만화나 유행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요술공주 밍키’ 주제가를 부르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드는 장면은 ‘짤’(영상 자료)로 돌아다닐 정도로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