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고뇌하고 투쟁했다. 그 과정이 시에 오롯이 담겼다. 그 시를 통해 윤동주를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 대중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시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꽤 있다.
영화 '동주'는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참혹한 일제 강점기, '시인 윤동주'가 아닌 '인간 윤동주'로서의 젊은 청춘이 스크린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
특히 윤동주보다 석 달 먼저 한집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함께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시대의 고민으로 가슴 아팠던 송몽규와 윤동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의 대조는 이 영화의 볼거리다. 시를 읽는 것만이 마냥 좋았던 수줍음 많은 청년 윤동주와 엄혹한 시대에 맞선 행동하는 청년 송몽규. 두 사람의 관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둘은 다른 듯하지만 비슷하기도 하다. 어두운 시대 속 순수한 두 젊음의 마음이 그것이다. 순수한 두 청춘을 연기한 강하늘과 박정민의 연기가 무척 단단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형무소에 갇혀 취조를 받는 장면에서 박정민의 사자후가 마음을 후벼 판다.
그 자신감과 적극성이 윤동주에게는 열등감을 안겼을 테다. 시를 사랑했던 윤동주를 제치고 신춘문예 당선된 건 송몽규였고, 윤동주가 원하던 학교에 합격한 것도 송몽규였다. 하지만 송몽규의 목적은 식민지 조선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계획은 실패했고, 역사는 뜨거운 가슴의 송몽규를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등감과 질투 때문에 더 단단해진 윤동주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하나가 됐다. 윤동주를 존재하게 한 건 송몽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동주의 고뇌 어린 삶을 알게 된 것도 좋지만, 송몽규의 활약과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게 더 큰 수확이다.
부끄럽지 않게 살려 했던 시인과 독립운동가를 마주하고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은 5억원의 저예산 흑백 영상을 고수했다. "시각 보가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취조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도 인상깊다.
윤동주는 29세인 1945년 2월 16일 형무소에서 숨지고, 송몽규도 그해 3월 10일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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