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우먼 이영자, 그는 여전히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여성MC계의 ‘최고봉’이다.
최근 여성 예능인의 기근이 방송계의 문제로 대두됐다. 여성 예능인은 소모적인 위치에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던 것. 그 가운데에서 돋보인 게 바로 이영자였다. 이영자는 김원희와 함께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오랜 세월 MC의 자리를 지켜낸 인물이기 때문. 그는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 케이블을 가릴 것 없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최고의 MC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이영자도 한때는 ‘국민 비호감’으로 불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고난을 이겨낸 바 있다. 온몸으로 급변하는 예능계를 헤쳐 나가며 여성MC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다진 이영자, 그의 저력을 살펴본다.
![]() |
↑ 사진=MBN스타 DB |
◇ 이영자, 90년대를 주름잡던 개그우먼
이영자의 본명은 이유미다. 그는 1987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는데 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정식 연예계 데뷔를 하면서 “내 이미지와 이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명인 이영자로 활동하게 된다.
그를 발굴한 것은 개그맨 전유성. 당시 밤무대에서 최고의 MC로 군림하던 이영자를 발견하고 지상파 출연을 제안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그는 MBC에서 ‘웃으면 복이 와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늘은 좋은날’ 등에 출연하며 “살아 살아, 내 살들아”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후 KBS, SBS까지 영역을 넓히며 ‘기쁜 우리 토요일’ ‘슈퍼선데이’ 등에 출연하며 그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영자의 전성시대’ 코너를 통해 “안 계시면 오라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슈퍼선데이’에서는 ‘금촌댁네 사람들’로 푸근한 이미지를 대중에 인식시켰다.
코미디뿐 아니라 진행자로서도 이영자는 손색없는 인재였다. 특유의 ‘아줌마 캐릭터’에서 비롯된 거침없는 입담은 이영자의 주무기였다. 그는 ‘기쁜 우리 토요일’과 ‘슈퍼선데이’뿐 아니라 KBS2 ‘체험 삶의 현장’(1995) ‘기분좋은 밤’(1999) 등 2000년까지 방송사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1993년에는 제29회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
◇ 이영자의 위기, 그리고 침체기
이영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활동을 이어갔지만 2001년 ‘다이어트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약 30kg의 체중을 감량한 후 다이어트 상품 모델로 활동, 다이어트 비디오까지 출시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한 성형외과 의사는 “이영자가 우리 병원에서 수차례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영자는 지방흡입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여론은 좋지 않았다.
뒤늦게 이영자는 소속사를 통해 “지방흡입수술을 받았으나 2주 만에 원상태로 돌아와 그 후로 시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대중은 차가워지 후였다. 더불어 마치 모든 것이 이영자의 잘못인 양 몰아갔던 일부 언론과 대중의 시선이 더욱 이영자를 ‘비호감’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이영자는 한동안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다. 때때로 지상파 복귀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그의 침체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약 5년 간 방송가를 떠난 이영자는 혼자 코너를 이끌던 분위기에서 다양한 MC들과 호흡을 맞추는 스타일이 각광받게 된 예능계 흐름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 다시 시작된 이영자의 전성기, 그리고 그의 사람들
이영자는 2007년부터 tvN ‘현장토크쇼 택시’ MC를 시작으로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KBS2 ‘안녕하세요’에서 그는 신동엽, 컬투와 함께 ‘어울림’이 돋보이는 진행을 하며 더욱 입지를 다졌다.
![]() |
↑ 사진=MBN스타 DB |
‘안녕하세요’의 제작진은 당시 “이영자가 사전MC 역할까지 한다”고 말하며 그의 프로정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고, 그의 ‘아줌마’스러운 편안한 입담과 남자 MC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드센 이미지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SBS ‘잘 먹고 잘사는 법’(2014)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게스트를 섭외, 김혜수, 송윤아, 황정민, 이선균, 한고은 등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톱스타들을 출연시켰다. 이영자는 프로그램을 위해 섭외부터 방청객 호응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등 ‘일당백’ 역할을 마다치 않아 PD들이 선호하는 MC가 됐다.
덕분에 그는 2012년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부문 여자 최우수상, 2014년 아시아 레인보우TV 어워즈 최우수 여자 진행자상 등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성으로서 연예대상 최우수상에 오르며 이영자는 김미화, 이경실 등과 함께 최고 개그우먼 자리에 우뚝 서게 됐다.
그런 이영자는 홍진경을 발굴하고,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김신영, 조세호 등을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홍진경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그를 방송인으로 키워낸 이영자를 향해 홍진경은 “은인”이라고 표현하며, 이영자는 홍진경에 “내 맏딸 같은 사람”이라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이영자의 의리 넘치는 성품에 방송계 안팎으로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택시’로 MC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오만석은 “최근 이영자가 제가 출연하는 뮤지컬 ‘오케피’ 팀 회식을 하라고 100만 원을 주고 갔다”고 말하며 평소 자신의 매니저 옷을 사줄 정도로 출연진, 스태프를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이영자의 행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절친한 친구 故최진실의 자녀들에 ‘이모’라 불리며 여전히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영자는 ‘안녕하세요’ 등에 출연하는 일반인 출연자를 배려하고, 토크쇼에 긴장한 연예인들에 “팬”을 자청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등 그의 푸근한 인품을 프로그램에 녹여내고 있다. 그게 바로 90년대 코미디언이지만 아직도 ‘섭외 1순위’로 통하는 이영자의 저력이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