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예요? 하하!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좀 어색하네요.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깨도 무겁고…. 연극 무대에 서면서 많이 떨리고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나 스스로 즐기고 진심을 다하면 관객 분들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는 제게, 뭔가를 뽐내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배우고, 느끼고 또 초심을 일깨워주는 공간이죠. 이 설렘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기를!”
‘악령에 씐 소녀’에 이어 이번엔 ‘뱀파이어’다. ‘충무로’를 열광시킨 24살 신예 배우의 미친 연기력은 역시나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스크린에서 보여준 것 그 이상이다. 관객들은 또 다시 그녀의 오묘한 몸짓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가히 ‘집단 멘붕’과도 같았다.
“너무 괴기스러운 연기만 하는 거 아녜요?”라는 질문에 박소담은 “사실 사람 연기가 고프긴 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일라이’가) 온전히 ‘피’를 연상케 하는, 괴기스러운 이미지만 지닌 뱀파이어였다면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애틋하면서도 따뜻함이 있는, 아름다운 가슴을 지닌 ‘일라이’였기 때문에 오디션에 임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 같은 뱀파이어랄까요? 무엇보다 대본을 보는 순간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죠.”
연극 ‘렛미인’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한 하칸의 매혹적이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스웨덴에서 최초로 개봉해 미국에서 다시 리메이크 돼 전세계에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사랑 받아 온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박소담은 “미리 참고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따라하게 될까봐 웬만하면 원작을 공부하거나, 비슷한 모델을 세워두지 않는 편이에요”라고 했다.
“주로 머릿속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해석하고 연기하려고 해요. 이번 작품은 분명 영화의 감성을 담긴 했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지만 다른 연출,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맡은 캐릭터에만 집착하지 않고 작품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비영어권에서 최초로 개막한 ‘렛미인’. 한국에서는 원작 연극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오리지널 공연의 감성을 담으면서도 배우 각각의 서로 다른 개성까지 입혀졌다.
“작품 전체를 안고 있는 게 ‘일라이’의 사랑인데…도대체 처음엔 그 느낌을 이해 못하겠는 거예요. (웃음) 사실 양다리잖아요? ‘일라이’의 사랑을 현실 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죠. 그래서 그녀의 내면, 고독함에 초점을 맞췄어요. 수백년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잃고 또 보내고 버림받았겠어요? 그 외로움에 집중하니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실제 제 모습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일라이’, 그리고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일라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게 하고 싶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죠. 그럴 때 마다 동료들이 큰 힘이 됐어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작품을 연구하고 서로 응원해주고…주변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제겐 행운이죠.”
체력적으로는 다소 무리가 오는 듯 했지만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연일 극찬 세례 속에서 사는 요즘,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칭찬을 받고 싶을까 궁금했다. 의외로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저에 대한 어떤 평가보다도, ‘관객들이 ‘일라이’와 ‘오스카’의 앞날을 응원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그런 마음이 든다면 온전히 제 마음이 전해진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인기가 있든 없든, 부담감은 매 작품 마다 있었거든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첫 주연이라서, 캐릭터가 낯설거나 혹은 장르가 어려워서, 어쩔 땐 대선배들 사이에서 기 싸움이 무서워서? 그 이유가 뭐든 항상 걱정과 부담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잡생각을 버리고 작품에 온전히 뛰어들고, 내가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극복되는 것 같아요. 특히 ‘검은 사제들’에서 만난 강동원 김윤석 선배님을 통해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영광이고 감사하죠.”
끝으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권했다. 또 한 번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이번엔 입가에 미소도 함께 번졌다. 한톤 높아진 목소리로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이 이래서 좋아요! 계속 꿈꿀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에요! 미래를 점칠 순 없지만 아마 지금보다는 심신이 모두 강해져 있을 것 같아요. 바라는 게 있다면 관객들에게 좀 더 ‘믿음’을 주
한편, 연극 ‘렛미인’은 오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