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이번 설에도 변함이 없다. 마치 카드 돌려막기라도 하듯이 아이돌 없는 설 특집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약 5일간의 설 연휴동안 지상파 3사에서 선보인 설 특집 프로그램은 약 20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에서 KBS2 ‘본분 올림픽’,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 MBC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 SBS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콘셉트를 잡은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KBS2 ‘머슬퀸 프로젝트’, MBC ‘듀엣 가요제’, SBS ‘먹스타 총출동’은 패널의 절반 이상이 아이돌로 채워졌고 KBS2 ‘우리는 형제입니다’ MBC ‘톡하는대로’ ‘인스타워즈’ SBS ‘먹스타 총출동’ 등에도 아이돌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올해 설 특집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BC ‘이경규의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에도 슈퍼주니어 이특이 MC를 보고 걸스데이가 출연하는 등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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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출연을 환영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연휴가 끝난 지금 아이돌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 가운데 공영방송인 KBS에 대한 따가운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본분올림픽’은 걸그룹 멤버들이 아이돌의 본분을 잘 지켰는지 테스트 해보는 프로그램으로 이엑스아이디(EXID) 하니, 솔지, 여자친구 유주, 트와이스 나연, 정연, 다현, 나인뮤지스 경리 등이 출연했다. 제작진은 아이돌 본분을 테스트한다는 명분으로 걸그룹들의 몸무게를 공개하고 벌레를 보고도 예쁜 표정을 지으라고 강요했다. 아이돌에겐 인권은 없어 보였다.
‘머슬퀸 프로젝트’는 걸그룹 트와이스 정연, 나인뮤지스 경리, 에이오에이(AOA) 찬미 등이 트레이너와 함께 몸매 가꾸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돌은 몸에 밀착되고 노출이 되는 의상을 입고 자신의 몸매를 보여줬다. 설 연휴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하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SBS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아이돌의 소속사 대표가 함께 출연해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한 덕목을 테스트했다. 여자친구, 방탄소년단, 비투비, 트와이스, 이엑스아이디 등이 출연했지만 기존에 봐왔던 아이돌 장기자랑과 다르지 않았을 뿐더러 방송에 나와서까지 사장님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 씁쓸했다.
명절 때마다 아이돌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아육대’ 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아이돌의 열정을 볼 수 있고 신인 아이돌이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긴 하지만 ‘아육대’는 매회 아이돌의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엑소 시우민이 발목 부상을 다치면서 팬들의 폐지 주장이 이어지는 등 아이돌에겐 여전히 ‘계륵’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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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먹스타 총출동’ ‘톡하는대로’ ‘인스타워즈’ 등의 프로그램엔 아이돌이 왜 출연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존재가 미미했다. 많은 프로그램들에 아이돌이 총출동했지만 진짜 본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이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더불어 현재 인기있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프로그램마다 출연자들이 겹쳐서 식상함을 안겼다. 이엑스아이디 하니, 솔지, 나인뮤지스 경리, 트와이스 등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단골 스타였다.
물론 시청률을 무시할 순 없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몰카 배틀’에도 아이돌이 나왔고 그 뒤를 이은 ‘듀엣가요제’도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아육대’도 7.9%, 8.3%, ‘본분올림픽’이 7.0%,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 6.9% 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아이돌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보기엔 힘들다. ‘몰카 배틀’은 게스트의 역량보다는 이경규의 존재감이나 제작진의 몰카 아이디어가 주요했던 프로그램이고 ‘듀엣가요제’ 역시 이미 지난 명절에 검증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항상 명절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독차지 했던 ‘아육대’가 올해에는 동시간대 방영된 SBS ‘판타스틱 듀오’와 ‘신의 목소리’에 밀린 것만 보더라도 아이돌 프로그램들이 이제 식상함을 안겨준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돌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