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 주인공 수옥 役
"손예진 닮은꼴, 죄송할 뿐이죠"
"혼자있는 시간, 상상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혼도 나고 이런저런 경험이 배움이죠"
"제가 첫사랑 경험이 없어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봤다고 생각해요. 수옥이와 동시에 감정을 느낀 거죠. 실제 저였으면 누구를 선택할 것 같으냐고요? 아마 범실이(도경수)를 택했을 것 같아요. 산돌이(연준석)는 표현이 부족하잖아요. 사랑은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고요."
배우 김소현(17)은 섬마을 소녀의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지극한 우정을 담은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첫사랑의 경험을 느꼈다. 울고 웃고,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으며, 아팠던 수옥의 감정에 오롯이 몰입했다.
그간 세련된 이미지로 인사했던 김소현이지만 이번에는 순박하면서 촌스러운 시골 아이로 관객을 만난다. "예전에는 해내야 한다는 게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곳에서 사는 아이 같다고 느껴지게 연기하는 게 목표였어요. 부족하긴 했지만 내 안에 있는 모습을 살려 보려고 노력했죠."
물론 처음에는 김소현도 본인 모습에 놀랐다. 그는 "너무 촌스러운 건 아닌지 걱정했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괜찮아졌죠. 전남 고흥에 내려가니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친구들이 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너의 까만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또 (도)경수 오빠가 나와 좋아하기도 하고, 첫사랑의 설레고 하는 기분이 본인들도 공감할 것 같다고 하던데요?(웃음)"
아이돌 배우에게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선입견도 없다는 그는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예전 영화들 다 봤는데 정말 좋아요. 배우가 가진 눈이 좋은 것 같아요. 눈을 보게 되고 영화 자체가 다 멋지다고 해야 하나, ’난 언제 저런 영화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죠."
레오나르도와 연기를 상상할지 모르는 김소현에게 도경수와의 ’우산 키스신’과 관련해 물으니 쑥스러워했다. 아무래도 팬들에게 오래 회자될 것 같은 장면이다. "사실 대본에 자세히 묘사돼 있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신이기도 하고요. 감독님이 우직하게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죠. 감정적인 부분에서 교감이 충분히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바라봐주실지 기대되네요."
묻는 말마다 말을 잘한다. 이유가 있었다. "혼자 있는 순간에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누가 인터뷰한다고 생각하고 저한테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김소현은 데뷔 때부터 손예진의 닮은꼴로 주목을 받았다. 누구의 닮은꼴이라는 건 싫은 법이다. "전 싫다는 감정은 아니고 죄송하더라고요. 너무 오래 얘기가 나오니까 선배님이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차라리 외모가 아니라 연기적인 부분이 닮았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 있고요. 롤모델을 삼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인 것 같아요. 누구를 좋아하다 보면 찾아보고 동경의 대상이 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는 마음도 들잖아요. 그렇게 일부러 생각 안 했고 저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했죠."
데뷔 이후 엄청나게 잘 달려온 것 같은 인상이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이 일은 욕심만 갖고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운도 좋았고 기회가 잘 왔는데 또 잘 잡기도 한 것 같아요. 초반에 연기를 잘하지 못했고, 또 뛰어난 것도 아니라 혼도 많이 났어요. 이런 저런 것을 배우고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스릴러 장르도 하고 싶고 사이코패스 연기도 하고 싶어요. 착한 역할도 재미있지만 평소 해보지 않은 역할을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게 굉장히 설레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소현은 가슴 깊게 남긴 한 선배의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