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 길자 役
"사투리 연기, 스트레스의 연속"
"긴머리 싹둑…순박하고 촌스러운 모습 보고 놀랐죠"
"연기하며 바쁘니 행복해요"
"로맨스 상대 역? 현빈 오빠"
"(박)정민 오빠와 제 애정신이 더 진한 것 아닌가요? 감독님도 '우리 영화에서 다영이와 정민이가 더 대단한 멜로를 했다'고 그러세요. (도)경수 오빠랑 (김)소현이 애정신은 아무래도 야가(약하)~잖아요.(웃음)"
배우 주다영(21)은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 24일 개봉 예정)을 끝낸 뒤 "멜로 작품에 더 참여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물론 조금 더 찐~한, '청불' 등급 영화까지는 아니어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정도의 로맨스 작품 참여를 바랐다.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주다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순정'은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담은 영화. 주다영은 작은 섬마을에 사는 다섯 친구 가운데, 털털하고 수더분한 길자 역할을 맡았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 수옥(김소현)을 챙겨주고 위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친구 중 하나인 개덕이(이다윗)의 형 역할로 등장하는 박정민과는 나름 터프한(?) 키스신까지 있다.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으니 다른 멜로를 꿈꾸는 걸까. "몇몇 드라마에서 애정신을 해보긴 했지만 영화에서의 그것은 또 다른 것 같다"는 이유다.
사실 주다영은 세련되고 차가운 인상도 풍긴다. 아역의 이미지는 이제 없다. 그 이미지 때문에 김소현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감독도 처음에는 '주다영=길자'를 전혀 일치시키지 못할 정도였는데 순박한 섬마을 소녀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긴 머리도 단발로 잘라 버렸어요. 피부도 검은 편이 아니라서 태닝도 10번 정도 했고, 주근깨도 그렸죠. 거울 보고는 제가 아닌 것 같아서 놀랐어요. 지금도 영화 보면서도 놀랄 정도죠. 주변에서도 다른 사람 같다고 해요. 이게 좋은 말 같긴 한데 또 좋아해야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웃음)"
그는 또 "사투리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그 말투가 남아 있었다. 그 지방 사람들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다. 다른 촬영장에서도 연습했던 그는 여전히 길자 역할에 몰입돼 있는지, 아니면 인터뷰를 하며 현장이 생각났는지 그 말투가 이따금 튀어나왔다.
"긴 호흡의 연기도 그렇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처음에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죠. 특히 사투리 때문에요. 그래도 저 자신을 놓고 연기하니 되는 것 같더라고요. 많은 걸 배워 쌓아놓은 것 같아요. '배우는 배우는 게 일'이라는 말처럼, 저는 뭐든 배우는 게 좋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좀 더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는 또 "길자가 정말 착해서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절대 질투하지 않고 착한 마음으로 친구들 챙겨주는 게 너무 예뻤어요"라고 웃었다. 사랑만 받는 수옥이에게 질투를 느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은 걸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길자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라고 만족해했다.
현실 속 주다영도 친구들을 챙기는 스타일이란다. 학창시절 이유도 없이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친구들 때문에 힘들었다는 고백과 함께,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왕따나 해코지당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또 해명하다 욕먹은 적이 있다"며 "길 가다 사람들이 싸우고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 괜히 끼어들기도 한다. 사람 다치는 걸 못 본다. 눈 감아버리고 지나가면 10년 뒤에도 생각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처럼 저도 '칠공주'라고 불리는 친구들과 중학교 때부터 계속 친하게 지내요. 영화에서는 큰 갈등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적이 없었죠. 불편한 게 싫어 오해가 있으면 푸는 스타일이거든요. 자존심 세우다가 화해 안 하면 멀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전 뭔가 안 좋은 말을 들으면 헤어지기 전에는 꼭 풀고 가려고 하죠."
본인의 첫사랑도 떠올렸을 것 같다. 그는 "평범한 첫사랑이 아니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가슴 아프지만 고맙게 생각해요.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 가슴 아픈 사랑도 하고 데여도 보고 싶어요. 그냥 생각의 차이일 뿐인 것 같아요. 좋은 기억들을 생각해 보면 가슴 아픈 것쯤이야 괜찮아요."
주다영은 도경수 팬들에게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경수 오빠는 연기 잘하는 배우인 줄 알았다. 엑소 멤버인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아이돌에 관심이 많지 않다"는 그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본 도경수의 연기가 좋았을 뿐이다. 같이 연기하게 되면서 찾아봤고, 팬덤을 확인했다.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는 주다영은 '순정'에 참여하면서 아이돌 가수와 노래 '공부'도 했다. 촬영 마무리 즈음 도경수에게 "인생 역전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가 됐다. 그 덕분에 6살 어린 남동생(의 여자친구)이 원하던 도경수의 사인을 획득한 경험을 전하며 미소 지었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그는 멜로 상대를 꼽아달라는 말에 수줍게 웃으면서도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현빈오빠를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