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음악 예능’이 예능계를 주름잡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미 시작하면 ‘반쯤 먹고 들어가는’ 대세 예능 키워드가 되어버린 ‘음악 예능’. 이 장르에 줄기를 함께하는 MBC의 간판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공식석상에선 늘 타이거 복면 차림으로 나섰던 ‘복면가왕’의 민철기 PD를 만났다. ‘복면’이 없는 민 PD의 얼굴을 보니 무언가 생경했다. “왜 복면을 쓰고 다녔냐”고 묻자 “편하게 살고 싶어서”란다. “나름대로 프로그램의 의미와도 맞지 않아요?”라고 되묻는 민 PD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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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 PD는 작년 이맘때 쯤 설특집으로 출격한 후 정규 프로그램으로 낙점, 지금은 명실상부한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복면가왕’을 이끌고 있다. ‘복면가왕’은 복면가수들의 깜짝 놀랄 무대와 정체에서 비롯된 ‘반전’, 연승을 거듭하는 강자들의 등장까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젠 어느 정도 안착기로 들어선 느낌이다. 이에 민철기 PD는 “처음과는 반응이 달라지긴 했다”고 이를 인정했다.
“초반엔 스포일러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 방청객도 많이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안을 지켜주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 시청자를 믿고 방청객으로 모시고 있다.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지만 방청객도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 투표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제하며 보안을 지켜주고.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김연우, 거미에 이어 지난 2일 가면을 벗은 차지연까지(인터뷰 당시에는 차지연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을 때였다) 많은 복면가수들이 연승을 거듭하며 신기록을 세우는 ‘복면가왕’에 민철기 PD는 “더 이상 (가왕이)누군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무대 자체를 즐기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대신 가왕의 정체를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란 ‘착각’을 제작진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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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이야 거미, 김연우를 안다지만 중년만 넘어가도 거미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다. 반대로 김승진, 박남정, 박학기 씨 등 과거 세대들이 ‘저 사람!’이라고 놀랄 만한 가수들을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 아이돌도 비슷하다. 간혹 ‘유명한데 왜 모른 척 하냐’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제작진으로선 ‘당연한 사람’을 모르는 대상들도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아는 분들은 아는 대로, 몰랐던 분들은 새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반전을 선사하는 ‘복면가수’들은 어떻게 섭외할까. 처음엔 ‘조사’에 의해 리스트들이 채워졌지만 지금은 ‘추천’이 많아졌다고 한다. 인지도와 노래 실력을 겸비한 이들을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문희경, 이필모, 김동욱 같은 ‘가수 뺨치는’ 배우들이 ‘추천’으로 탄생했다고 귀띔하는 민 PD는 “점점 높아져가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사실 노래를 정말 잘하는 여덟 명으로 라인업을 채우기엔 힘들다. 편견을 ‘깰’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노래를 부르는 분이라도 상관없다. 이천수처럼 ‘설마 나오겠어’라고 생각할 만한 인물로 출연진을 틀어주지 않으면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 섭외는 패턴을 읽히면 안 된다. 동시에 프로그램이 길게 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섭외의 넓은 폭’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방면의 분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철기 PD는 최근 다양한 방송사에서 끊임없이 내놓는 ‘음악예능’의 홍수에 대해 묻자 “불안하지 않으면 거짓말 아느겠느냐”고 웃음을 터뜨렸다. ‘음악예능’의 줄기를 가진 만큼 다른 음악예능 프로그램들도 주시하고 있는 중인 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면가왕’의 차별점은 분명하다고 민 PD는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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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의 무대에 김연우가 올라가면 그 땐 김연우가 아니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된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복면가왕’은 복면가수가 누군지 갑론을박하는 ‘맞히는 재미’와 가왕을 누가 꺾을 것인가, 어떤 무대로 가왕은 지킬 것인가 하는 ‘무대의 재미’, 두 가지 축으로 굴러간다. ‘복면’으로 편견을 벗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게 ‘복면가왕’의 매력 아니겠나.”
‘편견을 깬다’는 건 ‘복면가왕’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철칙이다. 이 때문에 ‘복면가왕’엔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하는 편곡이나 퍼포먼스를 지양한다. 편곡이나 퍼포먼스 자체가 편견을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오로지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면’ 자체를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그 캐릭터의 목소리만을 평가하는 게 ‘복면가왕’을 지금까지 굴러가게 한, 그리고 ‘간판 예능’으로 올라서게 한 비결이자 철칙이었다.
“저 같은 비연예인이 지상파 프라임 타임에 노래를 부르는 걸 누가 보겠나. 하지만 제가 복면을 쓰고 ‘복면가왕’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실력만 좋다면 다들 본다. 그게 ‘복면가왕’과 다른 프로그램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무명의 아이돌이든, 배우나 개그맨이든 듣는 시청자만 있다면 가왕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편견’을 깨고, 노래로만 무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