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너(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4년 8월 데뷔 앨범 타이틀곡 '공허해'로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이들이기에 그 공백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탓하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소문도 무성했다. 같은 소속사임에도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을 거쳐 데뷔한 팀 특성상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던 그룹 아이콘과 비교였다.
이날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위너의 분위기는 들떠 있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마치 무슨 죄인인 양 차분하고 묵직히 가라앉아 있었다. '왜 이제서야 나왔느냐'는 물음이 그토록 많았을까. 그간 그들을 짓눌러온 부담이 그만큼 컸다. 음악적 성장은 둘째치고 내면의 성장 폭이 컸다.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다. 확실한 건 올해 분명 다방면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 끝에서야 위너는 웃었다.
↑ 위너(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 활동을 너무 오래 쉬웠다. 팀의 의지라고만 할 수 없을 듯 한데
▶ 주춤했다. 솔직히 말하면 1집이 예상과 달리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그에 대한 부담이 컸다. 더 애착을 갖다보니까 점점 (공백 기간이) 길어졌다. 그 사이 일본 투어와 맴버별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더 늘어진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적 슬럼프가 왔다. 다양한 연령대 팬들과 접하면서 우리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어떠한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들 정도였다. 곡을 만들어도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방향성을 잃은 시간이 있었다.
-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확신하나
▶ 슬럼프를 이겨냈을 때 나온 곡들을 앨범에 담았다. 공백 기간이 우리에겐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음악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일단 일본 투어를 하면서 공연 외 얻는 게 굉장히 많았다. 빅뱅 선배들을 보면 10년이 됐음에도 점점 더 좋은 음악을 보여주시는 모습에 자극이 된다. 태현이는 기타에 빠져서 새로운 음악을 가리지 않고 접했고 발전했다. 또 민호는 '쇼미더머니'를 통해 훌쩍 컸다. 물론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그건 더욱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었다고 생각한다.
- 공백기 동안 불안감은 없었나
▶ 김진우 :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바쁘게 지내다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까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멍 했다. '무엇이라도 해야되겠다 싶었는데 멤버들이 악기를 배워보라고 조언해주었다. 드럼도 배우고 여러 레슨을 받다보니까 점점 멤버들간에 단합 아닌 단합이 되더라.
▶ 이승훈 : 바쁘지 않으니까 몸이 안 피곤하고, 안 피곤하니 잠이 오지 않더라. 멤버들 모두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이 오지 않으니 잡생각이 많아졌었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돌아보니 신인 때 실수했던 점들이 많더라. 나를 한 번 더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됐다. 만약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또 아무 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을 거다.
▶ 송민호 :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힘들었지만 그 몇 배로 얻었다. 힘들수록 멤버들에게 의지하면서 힘을 얻었다.
▶ 남태훈 : 1집 활동이 끝난 후 처음에는 그냥 휴식을 취했다. 여유롭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서 공허함으로 찾아왔고 공허함이 고통스러움이 됐다. 힘들다보니 깨달았다. 무언가를 해야겠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목표가 없으면 죽은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음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난 평생 음악을 할 사람이니까. 그래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신시사이저 등 정말 다양한 음악세계를 접했다. 잠들어서도 음악을 들었다. 어느 순간 예전과 다른, 조금 더 성장한 음악을 내가 만들고 있더라. 굉장히 뿌듯했다. 다사다난한 공백기였지만 그런 식으로 잘 이겨낸 것 같다.
▶ 강승윤 : 어쩌면 1집 때도 우리끼리만 바빴지 활동을 많이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당장 일이 없어지니까 우리 노래처럼 공허해지더라. '빨리 또 나와서 활동해야지. 잊혀지면 어떡하지?' 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커지는 불안감은 어쩔수 없었다. 우리가 다른 아이돌보다 나이가 어린 편은 아니다. 너무 앞선 이야기일 수 있으나 '위너'라는 이름으로, 5명이 함께 활동하는 시간도, 또 '우리가 이 정도는 해야지'하는 각자의 꿈이 있기에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남자는 국방의 의무가 있지 않나. 방황하고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 위너(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 모든 소문을 우리가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개인 할동할 때 물어보는 분들이 있긴 했다. '언제 나오느냐'고. 그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말이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우리가 준비됐을 때, 대중에게 부끄럽지 않을 때 나오고 싶었다. 우리가 준비가 되지 않아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그 질문이 두려웠다.(강승윤)
▶ 아이콘 친구들과는 진짜 형제 같다. 외부에서 보기엔 라이벌로 비치지만 다 이야기 하면 안 믿으실 정도로 건강하게 친하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은 전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뜬소문일 뿐이다.(남태현)
- 이번 앨범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 가장 우리에게 솔직한 곡이다. 우리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그 자체, 가장 위너다운 곡들을 담았다. 한 곡 한 곡 모두 진정성 있다.
- 1집과 비교하자면
▶ 1집은 철부지 같았다.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걸 모두 담아내기에는 우리 그릇이 작았다. 이제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겁이 없어졌다. 뮤직비디오 역시 더 예쁘고 귀엽게가 아닌, 곡을 추가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우리가 표현하고 자 하는 바에 더 신경 썼다. 청소년 불가가 되더라도.
- 앨범이 다소 우울하지 않나. 위너의 밝은 모습을 기대하는 팬도 있을텐데
▶ EXIT 시리즈 중 첫 번째 앨범이다. 아무래도 최근의 감정선을 끌어오다보니 우울한 느낌이 없지 않긴 하다. 아이돌이니까 밝게 가자거나 트렌드를 쫓지 않는다. 전략을 세우고 곡을 쓰지 않는다. 만들어놓은 곡들 장르는 다양하다. 우스갯소리로 공백기동안 써놓은 곡만 발표해도 10집까지 낼 수 있겠다 했다. 물론 곡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웃음)
- 올해 연작을 예고했다. 오히려 완성도가 아닌, 시간에 쫓기는 것 아닌가
▶ 정해진 것이 없다고는 했지만, 기본적인 플랜(앨범에 따른 수록곡 계획)은 있다. 지금도 계속 작업 작업 중이다
- 바람이 있다면
▶ '곡 좋다. 이러려고 많이 기다리게 했구나'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는 원 없이 활동할 것이다. 연말시상식에서 상 하나 정도는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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