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등 수많은 세계적 거장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독보적·혁명적 마스터피스 영화 ‘순응자’가 개봉 후 폭발적인 지지와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봐도 손색없는 놀랍고도 완벽한 미장센과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다가오는 강렬한 메시지에 대한 극찬을 불러 모은 ‘순응자’는, 개봉 후 전국 8개관이라는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다시 한 번 걸작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김영진 영화 평론가와 함께 한 ‘순응자’ 개봉 기념 관객과의 대화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순응자’의 영화사적 가치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작품세계,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영화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해석들로 꾸며진 이번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관객들의 참여로 열기가 사뭇 뜨거웠다.
↑ 사진=영화사 백두대간 제공 |
김영진 평론가는 “주인공 마르첼로는 언뜻 남성적이고 강인한 면모를 지닌 파시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연약하고 분열되어 있다. 마르첼로가 콰드리 교수와 동굴의 우상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서의 빛과 그림자의 경계, 댄스홀에서 마르첼로가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장면, 마르첼로의 뒷모습이 보이는 창문에 붙어 있는 코미디언 사진 등 이 영화는 대사보다는 시각적 메타포를 통해 보통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무언가에 투사했을 때의 분열과 마비,억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며 마르첼로의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 곳곳에 뿌려 놓은 상징적 장치들에 대한 해석을 전했다.
“‘순응자’는 베르톨루치의 부친 살해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라며 시작된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베르톨루치가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을 갖게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부터, 영화계에 입문한 그가 파졸리니를 거쳐 고다르의 제자가 되었다가 끝내 결별을 선언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극 중 마르첼로가 암살을 시도하는 콰드리 교수가 실제 고다르를 모델로 한 캐릭터라는 비하인드가 공개되며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 영화가 마르첼로와 같은 인물들을 비난하는 것이냐는 관객의 질문에 김영진 평론가는 “리얼리스트로 사는 건 힘들다. 리얼리스트들은 남들에게 자신을 투사하며 산다. 무리에, 세상의 한 부분에 끼고 싶어 한다.그래야만 현실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순응자’의 마르첼로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대세에,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자신을 투사하며 사는 인물이다. 이게 결국 보편적인 인간들의 모습 아닌가”라며 관객들이 결코 마르첼로를 좋아할 순 없지만 그가 낯설게 만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어느 순간 그에게 공감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이 밖에도 ‘순응자’이후 베르톨루치의 작품세계, 베르톨루치와의 인터뷰 후 팬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오갔던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긴 시간 끝에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