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 있는 반면에,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퇴색돼가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 한 번은 존재했던 유년시절은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깊어져야하지만, 되레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점점 잊혀간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그 어느 때보다 순수했던 시절이 유년 아닐까.
영화 ‘순정’은 라디오 DJ 형준(박용우 분)에게 도착한 한 청취자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냉소적인 말투로, 음악을 트는 것만으로 라디오 진행을 이끄는 형준이 사연자의 이름을 본 뒤 갑자기 얼빠진 사람처럼 놀라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 후에 그의 유년시절, 1991년 전남 고흥의 모습이 그려진다.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범실(도경수 분), 수옥(김소현 분), 산들(연준석 분), 개덕(이다윗 분), 길자(주다영 분)는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방학 때면 하나둘씩 고흥으로 돌아와 다섯 명 끼리의 축제 같은 방학기간을 즐기며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어간다. 즐길 것 하나 없는 고흥에서 망가진 배도 그들에게는 놀이터가 되고, 바다는 그들이 헤엄칠 수 있는 수영장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싸우면서 커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들도 마냥 웃는 나날들만을 보내지 않는다. 한 가지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다섯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어찌 보면 그들이 흩어진 이유는 그 하나의 사건 때문만은 아닐지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도 우리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헤어진 것처럼,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던 중 자연스레 멀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그들끼리 완전한 어른의 나이라고 정한 40세 즈음에 하나의 사연으로 이들은 유년시절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마치 그 때의 모습이 피사체로 다가오며 가슴에 아련한 감정을 전달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어 다시 한 번 그때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순정’은 완벽히 그 시대의 옷을 입음으로써 영화의 몰입을 더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과거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나 ‘순정’의 모든 이야기를 완성한 다섯 배우의 호흡이 돋보인다.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가 아닌 영화배우로서 도전장을 던진 도경수의 연기는 손색없고, 그와 애틋한 사랑을 그리는 김소현의 눈물연기는 향수에 젖게 함과 동시에 가슴을 적신다. 또한 이 두 사람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은 각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며 ‘순정’의 감성에 정점을 찍는다. 오는 2월24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