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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혜리의 마력에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부터 속절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유쾌하고 친숙한 매력에 ‘빵’ 터졌다. 드라마 이후 쉴 틈 없는 스케줄 강행군, 피곤할 법도 한데 연신 싱글벙글이다.
“푸켓에 가서 쉰 거죠 뭐.(하하) 홍콩 스케줄 때문에 먼저 돌아왔어요. 근데 이게 웬걸. 홍콩에서 다른 배우들이 아프리카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거에요. 깜짝 놀라서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더군요. 어제 남편, 아 박보검씨요. 전화 와서는 ‘얼른 다녀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가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응답’ 시리즈 사상 가장 이슈가 됐다. 시청률도 최고였다. 특히 마지막 회는 평균 시청률 19.6%(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 21.6%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역대 최악의 평점을 받기도 했다. 이는 극중 덕선이의 ‘남편 찾기’ 결과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어남택’인 것은 사실 시청자 분들이랑 비슷하게 알았어요. 하지만 덕선이가 택이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이유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눈치 챘던 부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속상했어요. 덕선이는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는 친구에요. 어린 여고생이 이게 사랑인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모르고 시작했던 게 선우, 정환이는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풋풋했던 사랑이라 생각해요. 택이는 항상 챙겨줘야 하는 친구잖아요. 덕선이가 점차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깨달았던 것처럼 시청자분들도 그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셨던 것 같아요. 택이를 선택한 덕선이의 마음을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응팔’ 19회 때 그려진 정환의 고백 장면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덕선은 오묘한 눈빛을 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카메라 뒤의 혜리는 격해진 감정으로 인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일부러 류준열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대본만 보고도 너무 슬펐어요. ‘우리 참 좋았다’ ‘우리 순수하게 좋아했고 예뻤다’는 덕선과 정환이의 감정이 다 과거형이 돼버렸잖아요. 정환이는 사랑 표현 한 번 제대로 못 해봤는데, 첫 고백이 이별이었잖아요. 너무 친했던 친구고 사랑했던 캐릭터라서 안타까웠죠. 근데 막상 신에서는 울지 않으니까 힘들었어요. 류준열씨도 제가 우는 것을 보면 더 힘들 것 같아서 서로 얼굴 보지 않고 마음을 추슬렀어요. 대사도 없었는데, 정환이의 말이 계속 마음에서 돌면서 18살의 마음을 간직한 덕선이로서 슬펐어요.”
‘벽드신’ ‘소파 키스’ ‘확인 키스’ 등 유난히 많았던 ‘심쿵’ 로맨스 장면은 뭇 여성 팬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 류준열과 박보검 사이, 너무도 부러운 삼각 구도 속에서도 혜리는 그저 웃었단다.
“설레는 것보다 웃겼어요. 설레는 건 시청자 분들 몫이죠. 사실 웃음을 잘 못 참는데, 소위 말씀하시는 ‘심쿵신’도 그냥 웃겼어요. 박보검씨도 그렇고 둘 다 키스신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찍고 나니까 다른 연기랑 다른 게 없구나 생각했어요. 너무 많은 생각을 담고 하니까 오히려 다른 연기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실제 이상형을 선택하라면 정환이의 츤데레 매력과 택이의 다정함이 섞었으면 좋겠어요. 택이처럼 너무 챙겨줘야만 하는 남자는 싫어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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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혜리, 성공적. 생일상을 앞에 두고 참고 참아왔던 둘째의 설움이 폭발하는 순간, ‘배우’ 혜리의 존재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캐스팅 논란을 단 1회 만에 종식시키고 배우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혜리. 애써 의연하게 굴어봤지만, 은연중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연기로 인정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계속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면 팀에 정말 미안했을 것 같아요. 촬영 끝나고 항상 반응을 확인했어요. 모니터를 하다가도 댓글 확인을 했을 정도니까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혜리가 아닌 덕선이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설움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연기가 아닌 실제로 울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 역시 이 감정 상태가 하나도 남김없이 끝까지 폭발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려운 신이었죠. 지금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외울 수 있을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혜리는 드라마를 잘 마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스태프들과의 신뢰를 꼽았다. 앞선 두 번의 시리즈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응팔’은 이제 스타 등용문, 흥행 보증 수표로 등극했다. 제작진들에게 가수 출신 혜리의 캐스팅은 모험일수도 있었다.
“스스로를 믿는 것보다 스태프들이 주시는 믿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저 역시 감독님 작가님을 믿었죠. 감독님은 연기력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사람인지를 우선시하세요. 오디션에서 대본 리딩을 할 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느낌을 살렸는데, 그걸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사실 전작들을 보지는 않았어요. 괜히 여자 주인공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신경 쓰일 것 같아서요. 감독님이 핑계대지 말라고 서운해 하시더라고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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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는 어느새 젊은 청춘들을 대변하는 알바당의 당주가 됐다. 광고라는 수준을 넘어 또래들이 직면해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혜리는 좀 더 특별한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알바 특공대’는 언제나 환영이다.
“이슈가 됐던 콘티를 보고 어떻게 보면 참 별 거 아닌데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 당연히 지켜야할 일이잖아요. 이런 것을 알린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어요. 저로서는 광고지만 공익성까지 있어서 좀 뿌듯했죠. 알바는 앞으로 하게 될 사회생활의 밑거름이라 생각해요. 이 광고를 보면서 최저시급이나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사항들을 지켜주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 역시 취직한 뒤에도 처음 배웠던 그 마음가짐을 지켜주지 않겠어요? 그런 순기능을 기대하고 싶어요.”
드라마의 돌풍적인 인기를 업고 혜리의 몸값이 껑충 뛰었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는 그는 수지를 이은 ‘100억 소녀’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응팔’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방송에 나온 수치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일 한 만큼의 가치가 눈에 보이는 숫자로 나와서 감사했죠. 일단 엄마 일을 그만두게 해드렸어요. 아빠 차 바꿔드리고, 이사시켜드리고 뭐 이 정도요?(하하) 데뷔 6년차잖아요. 그동안도 열심히 벌었는데, 사실 전 돈 욕심이 많지는 않아요. 옷이나 가방 이런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한테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냐고 걱정들 많이 하세요. 딱히 취미라고 한다면 다이어리 쓰거나 마사지를 받아요. 계속 바쁜 게 몸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일 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극중 덕선이는 첫째 성보라(류혜영 분)와 막내 성노을(최성원 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보라와의 현실적인 격투(?)신은 시청자들에게 격한 공감을 샀다. ‘자매있는 집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아래로 동생이 하나 있어요. 첫째거든요. 대본을 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많은 동생 분들이 공감하시더라고요. 제 동생도 포함해서요.(하하) 류혜영씨도 사실 집에서는 둘째여서 덕선이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던데요. 저는 오히려 보라 입장이 이해가 갔죠. 사실 집에 가면 무뚝뚝한 딸이에요. 잘 표현을 못하겠더라고요.”
친정 걸스데이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걸까. 멤버 전원이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있어 당분간 완전체로모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준비는 계속하고
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