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강남 논현동의 한 카페. 매서운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세상으로 발랄한 웃음소리가 번졌다. ‘아, 추워! 추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두꺼운 코트를 먼저 벗어 던진 여배우의 애교 섞인 응석마저 사랑스럽다.
오랜 만에 인터뷰에 나선 배우 서우(31)를 만났다. 환한 미소 속에 비친 여유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아니면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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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서우. 그녀가 품은 여유 속 여백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
그랬던 그녀가 변했다. 먼저 거침없이 다가가는 적극성에 털털한 웃음도 심상찮다. “이젠 이런 자리에서 사람 만나는 게 편해진 것 같아요. 연륜이 있다 보니….”(웃음) 그래, 그녀는 어느새 30대로 슬쩍 발을 밀어 넣었다.
서우는 지난 2013년 MBC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을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났다. 2007년 영화 ‘아들’로 데뷔해 2009년 첫 주연을 맡았던 ‘탐나는 도다’를 시작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연기 인생에 작은 쉼표를 찍기 위해서였다. 약 2년간의 공백. 서우는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선택했을까.
“건강이 많이 안 좋았어요. 면역력이 없는 체질로 바뀌어서 모든 병에 노출돼 있더라고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 꼭 쉬어야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너무 지쳐 있어서 일을 다 내려놓고 그만 두고 싶은 생각까지 했었거든요.”
단지 건강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기 외에 다른 인생을 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다른 공부도 하고 싶었어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미국에 간 것도 그런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였고요. 사실 연기를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건데….”
서우는 연기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을 한 덕에 몸도 정신도 건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제가 어느새 데뷔 10년차가 다 됐더라고요. 8년 동안 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일 외에는 여행도 한 번 못 갔죠. 미국에 가족이 있어서 언니와 지냈어요. 좋아하는 요리하고 여행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쉬면서 재충전이 많이 돼 컨디션도 좋아지고 밝아지기도 했는데, 너무 건강하게 살도 좀 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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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주의 은모는 어쩌면 화려하지 않은 서우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진=영화 파주 中 |
서우에 대한 이미지는 조금 독특하다. 앳된 얼굴에 귀여움이 가득하면서도 표독스럽기까지 하다. 또 반전 몸매로 글래머러스한 섹시함도 갖췄다. 또 차가우면서도 4차원 매력이 톡톡 튈 것만 같기도 하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전, 서우가 ‘빵’ 터진 포인트는 바로 ‘글래머러스한 섹시함’이란 말이 나왔을 때였다. 그녀는 “아이고, 누가 귀엽고 섹시하다는 그런 말을 붙여주셨는지 그 분께 감사할 뿐”이라며 웃었다.
“저를 차갑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얼굴이 새침대기처럼 생겨서 음식 받아만 먹고 스테이크만 먹을 것 같은 이미지? 사실 집에서는 하녀 같은 사람인데…. 집에서 막내이긴 한데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맏딸처럼 변하기 시작했어요. 철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연예계 들어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까(웃음), 배려를 먼저 배우게 되더라고요.”
서우가 스스로 생각하는 진짜 성격은 어떨까. 확실한 건 ‘공주과’는 아니라는 사실. 영화 ‘파주’에서 보여준 최은모 역을 맡았을 당시 실제 자신의 옷을 입고 촬영한 적도 있다고.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언니 스타일이라고 할까.
“일단 여성스러운 것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요. 조금 남자 같다고 해야 할까? 그냥 털털한 편이죠. 헤어나 메이크업도 잘 신경 쓰고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맨 얼굴에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을 우리 집 근처 동네에서는 많이 목격할 수 있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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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서우가 아닌 인간 김문주로 돌아갔던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는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
하지만 정작 서우는 “그동안 내가 맡았던 역할이나 작품에 100% 몰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여유 없는 삶으로 그려진 여백 없는 도화지 속 주인공 서우였다. 이젠 다르다. ‘무엇’이 아닌 ‘어떻게’를 찾은 모습이다.
“지금은 사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없어요. 주인공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오글거리던 예전의 내 모습보다는 편안한 역을 하고 싶어요. 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허를 찌르는 캐릭터를 맡아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역할도 재밌을 것 같고요. 내가 겪은 삶을 보여주고도 싶고 전혀 다른 삶의 특이한 아이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 거죠.”
어느새 서른이 넘었다. 여배우의 진정한 꽃이 피어나는 시기다. 배우로서도 여자로서도 값진 30대. 서우도 세월이 흐른 자신의 나이를 손으로 꼽아 보았다. 참 다행은 아쉬움보다는 설렘이 묻어 나왔다.
“데뷔했을 때 스무 살이 넘었는데 교복 입은 10대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땐 그런 게 싫었죠. 민폐잖아요. 안티의 시작이기도 하죠.(웃음) 선배 언니들을 보면서 빨리 30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30대가 되니까 눈물이 또 나고 그러더라고요. ‘내가 왜 그때 그걸 몰랐나’라는 생각도 들고. 지난 10년의 20대를 돌아보면 계획적인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급급하게 주어진 일만 최선을 다해 달렸어요.”
“이제 30대가 되니까, 여유도 생기고 그냥 모든 게 편안해졌어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낯을 가리거나 방어적인 것도 없어졌고, 후배들에게도 말 한 마디 먼저 건넬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30대인 내가 정말 좋아요. 30대가 잘 된 것 같아요.”(웃음)
그녀에게 연기 그리고 배우를 물었다. 잠시의 고민도 없는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웠던 배우 서우의 열정 같은 소리다.
“연기?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될 것.”
“배우?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수식어. 완전히 내려놓고 오래 걸려서 다시 시작하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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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우는 다시 찾은 열정으로 작품을 고르고 있다. 그녀가 30대에 그릴 역할은 어떤 것일까. 사진=곽혜미 기자 |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