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무수단' 제작보고회. 처음 고지된 시간보다 15분이 지나서야 행사가 진행됐다.
참여 예정인 배우 2명이 지각했기 때문이다. 대기 시간은 10시30분이었는데 11시가 다 되어서야 1명이 나타났고, 나머지 1명은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날 MC 김태진은 진땀을 흘렸다. 앞서 "예정 시간보다 5분 늦게 시작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던 그는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고 "기상 문제와 도로 사정"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늦는 배우를 대신해 또 사과했다.
정작 가장 늦은 김민준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팬 미팅이나 사인회 등 행사 현장을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제시간에 맞춰 오지 못하는 배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스케줄이 바쁜 배우들이 여기저기 다니기에 그들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또 이날은 5년 만의 한파가 이어지는 날이었으니 지각을 해도 정상참작(?)이 된다.
'무수단' 제작보고회 행사에서 지체된 15분은 애교 수준이다. 어떤 행사에서는 30~40분 늦는 배우도 있다. 그러곤 팬들의 환호를 만끽한다. 몇몇이 불만스런 소리를 하면 못 들은 체한다.
하지만 늦었으면 한마디 사과쯤은 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취재진도 바쁘고, 다른 배우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다. 그들을 기다려준 팬들에게는 특히 더 사과해야 하건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배우가 꽤 있다는 건 문제다.
물론 모든 이를 만족하고 좋아하게 할 순 없다. 그래도 지켜야 할 기본 예의란 건 항상 생각해야 한다. 대중 덕분에 인기 있는 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
지난해 영화 '함정'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쏟은 유명하지 않은 배우 김민경이 떠올랐다. 그는 간담회에 10분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폐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지각했다. 죄송하다"며 왈칵 눈물을 떨어뜨려 취재진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다시 '무수단' 현장.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 이지아는 행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처음에 긴장되고 떨려서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며 행
지각한 김민준의 사과 한마디는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없었다. 물론 그는 지각한 뒤 무대에 올라 고개를 숙이긴 했다. 하지만 사과였는지 인사였는지 모를 목례였다. 말하지 않으면 의도는 충분히 다르게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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