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학원물 드라마가 힘을 잃었다.
학원물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로써 학업과 진로, 친구, 사랑 가정사, 사회적 문제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캐릭터를 정의하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고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올망졸망한 학교 속 친구들이 교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이는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지면 시청자들 역시 공감하며 드라마에 빠져든다.
96년부터 시작된 KBS 드라마 ‘학교’ 시리즈는 일상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교사와 학생 하나하나가 극적 인물로 떠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참고서 강매 문제, 학교 돈줄인 육성회의 압력, 교사의 성추행, 왕따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 사진=KBS2 |
특히 교무실 안의 풍경은 ‘아무개 선생과 비슷하다’할 정도의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민감한 소재를 정직하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도 드라마에 응답했고, 인기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까지 ‘학교4’가 전파를 탔다. 이처럼 ‘학교’는 1020세대의 공감을 산 것은 물론 기성세대에 던지는 시사점 때문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학원물이 갖는 큰 매력 중 하나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어른들의 주변인물로 그려지던 1020세대 캐릭터가 학원물에서만큼은 존재감 있는 주인공 역할을 맡곤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세계를 대변한다. 덕분에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젊은 배우들이 중요한 배역을 맡을 기회를 얻는다.
이에 제작진은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해 드라마에 끊임없이 신선한 피를 수혈해왔다. 그 결과 학원물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통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스타로 ‘학교’시리즈의 장혁과 배두나, 김래원, 김민희, 이요원, 하지원, 이동욱, 조인성, 공유, 임수정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원물 드라마가 예전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KBS2 ‘학교2015’, ‘발칙하게 고고’, ‘무림학교’까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자처하던 학원물 드라마에 아이돌 스타들이 배역을 차지하며 신인 배우들의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돌 스타들의 ‘발연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
특히 방영 중에 있는 ‘무림학교’는 조기종영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오던 학원물의 명맥이 끊기는 것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