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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구. 아버지는 딸을 찾아 헤맨다. 분명 누군가 딸을 납치했고, 딸이 어디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으로 대구를 출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소득은 없다. 하지만 이 아버지에게 그 희망을 어찌 포기하라고 하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섬에서 딸 유주(채수빈)의 흔적을 찾다 이번에도 절망한 해관(이성민)의 눈 앞에 모든 통화를 기록하는 인공위성이 떨어졌다. 사람의 음성만으로 그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역으로 전화번호만 있으면 그 사람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위성 로봇이다. 아빠 해관은 남들이 미친 일이라고 해도 이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로봇과 동행한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소재로, 깊은 울림을 준다.
딸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만나며 과거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둘 알게 되는 아버지. 아이였을 때는 누구보다 친했고 가까웠던 딸이라고 자부하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바람과는 엇나간다는 이유로 어느새 점점 멀어졌다. 어렸을 때 길을 잃으면 항상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비밀 아지트도, 두 사람에게는 어느 순간 그냥 일반 아이스크림 가게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다.
현대를 사는 많은 아버지와 딸(혹은 아들)들의 관계가 오버랩된다. 아버지는 참회한다. 그 참회의 과정이 가슴 절절하다. 가족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고 싶은 효과를 준다.
가족의 관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지만, 소리와 해관을 통해서는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 거리를 던진다.
물론 기계와 인간의 교감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계를 친구로 대치해 바라본다면 이 로봇이 낯설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서로가 원하는 바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우정은 더 돈독해진다.
'로봇, 소리'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눈물과 콧물을 일부러 흘리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하지 않다. 세련된 감동이 온전히 전해져 온다. 이성민의 연기 덕이다. 부연할 필요 없이 이성민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항공우주연구원 박사 역의 이하늬와
로봇 '소리'의 쓰임도 그리 대단하진 않다. SF 장르의 재미를 찾을 수 없다는 다른 말이다. 하지만 감동 드라마 본연의 역할은 톡톡히 한다.
로봇의 목소리는 배우 심은경이 더빙했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