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패널로 활약 중인 방송인 레이양,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는 언제쯤 입증할 수 있을까.
레이양은 2007년 미스코리아 부산 진에 당선된 뒤 2015년 머슬마니아 유니버스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하며 유명세를 탔다. 유승옥, 이연 등 머슬마니아 대회 수상자들이 한창 방송인으로 활동할 당시 레이양도 브라운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예능 새내기’다.
그는 최근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패널 자리를 꿰차며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레이양의 위치는 어떤가. 방송인도, 체육인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이 됐다. 물론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김구라와의 ‘투샷’ 때문에 비호감 낙인이 찍히기도 했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지금의 레이양은 예능인으로서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 사진=복면가왕 방송 캡처 |
레이양은 ‘복면가왕’에서 ‘핵심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김구라 옆자리에서 시작했다. 예능인이라면 한 번 탐내봄직한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 좋은 기회였다. 그가 운동과 관련된 KBS2 ‘출발드림팀2’나 온스타일 ‘더바디쇼2’ 등에서만 활약했기 때문에 ‘운동인’ 이외의 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레이양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그는 복면가수들에 뜬금없이 스트레칭을 시켜보거나 비명에 가까운 리액션으로 일관했고, 갑작스럽게 이상형 운운을 했다. 다소 엉뚱한 그의 발언에 다른 패널들조차 당황했다. 엉뚱한 캐릭터를 구축할 생각이었는지 ‘복면가왕’ 속 그의 말들은 시종일관 생뚱맞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는 동떨어져 오히려 ‘복면가왕’을 향한 몰입을 방해했다.
‘복면가왕’의 패널들은 고유의 역할들이 있다. 김구라는 전체적인 진행을 맡고, 이윤석이나 신봉선, 김현철은 일반인이지만 음악에 관심이 있는 입장에서 복면가수들을 분석했다. 김형석과 유영석은 음악가로서 복면가수들을 전문적으로 지켜봤고, 산들과 같은 가수들은 현직 가수로서 동료나 선후배를 떠올리며 복면가수의 후보를 추려냈다.
하지만 레이양은 어떤 역할도 찾지 못했다. 김새롬이나 김정민 같은 ‘복면가왕’의 여성 패널들은 주변 연예인들을 돌이켜보며 가수가 아닌 배우나 개그맨 중 노래를 잘하는 이들을 거론하는 역할을 했으나 레이양은 이마저도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말들로 자리를 채우게 된 것. 스스로 그저 소비되는 위치를 선택한 셈이다.
↑ 사진=복면가왕 방송 캡처 |
‘복면가왕’이라는 좋은 기회에서 이처럼 제대로 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레이양에 시청자의 원성은 커졌다. 김구라의 옆자리는 카메라에 가장 많이 비춰지는 ‘핫한’ 자리다. 그 자리에 레이양이 갑자기 배치된 것도 의아했지만, 김정민이나 김새롬과 같은 프로 예능인을 밀어내고 차지한 자리에서 그만큼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청자의 반응을 감지한 것인지 레이양은 결국 ‘복면가왕’에서 하차하게 됐다. 마지막 촬영을 끝낸 레이양이 SNS를 통해 ‘다음주까지 나오게 됐다’고 시청자에 하차 소식을 알렸다. 워낙 패널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던 ‘복면가왕’에서 하차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레이양에게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은 분명하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털털한 모습으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듯 했지만 방송가에서 레이양의 위치는 여전히 체육인과 예능인 그 사이 어딘가 표류하는 상태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 레이양은 예능인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돼 그저 ‘몸짱’으로 끝날 수 있다. 끼 넘치는 예능인들은 많고 머슬마니아 대회가 유명해진만큼 그를 대체할 ‘몸짱’들은 많기 때문이다.
레이양은 예능인으로서의 본인의 색깔을 찾고, 그에 맞는 활동을 펼쳐야 지금의 ‘애매한’ 자리에서 어느 한 영역을 담당하는 어엿한 예능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때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