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서교동, 상수동 등 홍대 앞 일대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예술인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문화 지역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홍대는 극심한 상업화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전통을 이어오던 홍대 문화만의 색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홍대에 자리 잡고 있던 예술인들조차 하나 둘 떠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홍우주)은 날로 사막화되어 가는 홍대 문화예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조합이다. 예술가, 문화시민이 함께 모여 홍대문화를 살릴 대안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홍우주의 정문식 이사장에게 홍대문화의 실태에 대해 물었다.
↑ 사진=홍우주 |
Q. 왜 젠트리피케이션 대표 지역으로 홍대가 꼽힐까.
A.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 원래 외국에서 쓰일 때는 낙후된 지역에 예술가들이 들어가서 부흥시키고 임대료가 상승되고 또다시 밀려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서울 같은 경우는 아니다. 홍대는 그냥 홍대였다. 90년대 홍대, 독립예술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다른 대학로, 신촌도 그런 사례가 있었냐 얘기할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 조금 다르다. 90년대 같은 경우, 한국에서 최초로 자생적인 독립문화가 만들어진 지역이고 그런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걸 전 시대에 대학로나 신촌하고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봤을 때 홍대 앞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 비슷한 현상이라고는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그냥 임대료 향상이다. 문화주도형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도 못 가는 것 같다. 그냥 사적 욕망의 끝판왕 같다.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예전에 부동산 투기가 있었고, 철거민도 있었고 그것에 연장선상인 것 같다. 예전에는 주거 지역에서 쫓아내고 재개발 들어가고 그랬다고 하면, 홍대는 상업 용도의 상가건물 지대가 상승하고 쫓아내는 게 최초였다는 거다.
Q. ‘요즘 홍대는 홍대가 아니다. 그냥 술판이다.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홍대 특유의 문화가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A. 문화예술인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즐긴 게 죄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대부분에 우리나라 역사에서 80년대 이후에 똑같았던 것 같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다. 자기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이 지역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자기가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지역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거다. 지금 홍대가 무너져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향후 몇 십 년 동안 이런 정도의 대체지가 있을 수 있느냐,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임대료 상승이라는 것이 외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 갈 데가 없어진다. 왜 술판이 됐는가, 되돌려 생각해보면 문화예술인 탓이 가장 크다. 이 지역에 있던 예술인이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해서 잘될 것 같나 아니다.
Q. 홍대앞 문화예술계 쇠퇴, 얼마나 심각할까
A. 작년에 조사를 해봤는데, 2013년~2015년 약 3년 동안에 라이브클럽만 한 10곳 이상이 없어졌다. 라이브클럽들 중에 홍대 역사가 있는, 20년 정도된 중요한 공간들이 없어졌다. 공간이 없어지는 지역들을 보면 밀려나는 거다. 수노래방 그 중심으로 해서 다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없어졌다. 왜 없어지는가에 대해 조사도 해봤는데, 물론 사업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지역의 환경이 변한 것에 영향을 받는 거였다. 프리버드 같은 경우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댄스 클럽 같지 않은 클럽이 들어섰다. 클럽 기생으로 한 값싼 소주바, 고기집 등으로 채워지면서 그 골목 자체가 주변 모두를 갉아먹게 되는 상황이 된다.
Q. 홍대 아직 있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면
A. 공간적인 부분이 제일 큰 것 같다. 개별 공간에 대한 지원보다는 공적 공간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크다. 좀 더 나아가면 행정이나 공공에서 무상이나 저가 임대료로 임대해주는 공간이 있거나 공유 공간 같은 걸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임대료가 오르고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누군가 여기에 남아있어야 한다면 이 지역과 문화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원 방식이 개별 지원이 아닌 인프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생태계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적 자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마포구와 함께 한 문화예술 관광·체험 비즈니스모델 구축 사업,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A. 9월부터 시작된다고 했으나 실제 진행은 11월, 12월에 프로그램 진행이 됐다. 프로그램들은 그럭저럭 잘 진행된 편이다. 준비사업이라 본 사업으로 넘어갈지 안넘어갈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까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