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동네의 영웅’가 과연 생활밀착형 느와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까.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타임스퀘어에서는 OCN 새 토일드라마 ‘동네의 영웅’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박시후, 조성하, 이수혁, 권유리, 윤태영, 정만식, 최윤소와 곽정환 PD가 참석했다.
‘동네의 영웅’은 억울한 후배 죽음의 비밀을 풀려는 전직 정보국 요원이 가난한 취업 준비생과 생계형 부패 경찰과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남몰래 돕는 동네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드라마는 일반 ‘느와르’와는 다르다. 느와르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캐릭터들이 액션의 향연을 벌이고, 어둡고 캄캄한 ‘일반적이지 않은’ 세상이 배경이 된다. 하지만 ‘동네의 영웅’은 일단 배경부터가 밝고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캐릭터들도 주로 조폭이나 경찰에 한정돼있던 느와르 속 캐릭터와는 판이하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백시윤(박시후 분)은 전 중앙정보국 요원이지만 지금은 ‘동네 형’이자 선술집(바) 사장이고, 취업준비생에 취업준비생, ‘소소하게 부패한’ 경찰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주로 알고 있던 느와르와는 사뭇 다르지만 이는 곽정환 PD의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곽정환 PD는 ‘장르물의 명가’ OCN에서 드라마를 기획하며 장르물에 대한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멋있는 건 좋은데 첩보물이나 수사물이 일반 시청자에 와 닿지 않은 느낌이 많다는 게 장르물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PD는 “그래서 멋있지만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요원이 바로 우리 동네 어딘가에 옆집 형처럼 살면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어쩌면 나를 위로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이야기가 피부로 더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새로운 장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획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사진제공=OCN |
곽정환 PD의 말은 확실히 ‘동네의 영웅’이라는 드라마가 새로운 장르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생활밀착’과 ‘느와르’라는 두 단어가 상당히 어울리지 않지만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진 만큼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줄이는 작업이 장르물 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 곽 PD는 이에 “박시후, 조성하, 이수혁이 이웃처럼 형처럼 아버지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2016년은 ‘생활밀착형’ 예능과 드라마가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생활밀착형’은 장르물에 매우 어려운 과제다. 멋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과 영상미, 비장미가 어우러진 장르물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하는 tvN ‘시그널’ 김원석 PD도 가지고 있던 듯 하다. 김 PD는 앞서 ‘시그널’ 제작발표회에서 “장르물은 시청률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장르물과 휴먼드라마를 혼합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곽정환 PD와의 비슷한 맥락의 말이다.
이처럼 장르물을 연출하는 PD들 사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 고민의 첫 시도가 바로 ‘동네의 영웅’인 셈. ‘영웅’이지만 ‘동네’라는 친숙한 배경을 들인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수혁이나 유리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벗고 ‘취업준비생’의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현재 20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담아 공감의 폭을 넓히겠다는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동네의 영웅’은 3년 만에 자숙을 끝내고 복귀하는 박시후나 오랜만에 배우로 등장하는 유리와 같이 연기자들에게도 시선이 쏠리지만 ‘생활밀착형 느와르’의 가능성에도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기대케 하는 ‘동네의 영웅‘은 오는 23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