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들 무적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케이블방송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의 ‘유정선배’ 박해진이다. 큰 키에 조각 외모,, 재력과 지성을 겸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 기운까지 흐르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도 그에 못지않은 수상한 과거를 갖고 있다. 2006년 데뷔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절대 변하지 않은 뱀파이어 외모가 바로 그것. 배우로서 걸어온 그의 10년 길을 되짚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소문난 칠공주’
‘연하남’이란 단어가 박해진 덕분에 유행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2006년 KBS2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신인 박해진은 데뷔하자마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직속상관인 나설칠(이태란 분)을 일편단심 바라보는 연하남 역을 맡아 전국 누나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유약해보이지만 사랑 앞에선 당돌한 24살의 ‘연하남’은 큰 키에 부드럽게 생긴 박해진에게 딱이었다. 극 중 설칠에게 내색하지 못하면서도 주위를 맴돌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는 어린 동생에게 시청자들은 눈을 빼앗겼고, 드라마 흥행과 함께 박해진의 이름값도 높아졌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던 셈이다.
◇ ‘하늘만큼 땅만큼’
신고식만으로도 흥행했던 만큼 그는 바로 주연을 꿰찼다. KBS1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한효주와 투톱으로 나서며 화려한 배우 인생의 서막을 알렸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부드럽고 자상한 캐릭터를 이어갔다. 14년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던 무영(박해진 분)과 지수(한효주 분)가 부부로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가족극에서 박해진은 천성은 밝지만 양아들이란 상처 때문에 시니컬한 ‘무영’으로 분해 안방극장에 재미를 선사했다. 박해진은 이 작품으로 그 해 KBS 연기대상 남자 우수 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거머쥐었다.
◇ ‘에덴의 동쪽’
이후 SBS ‘패밀리가 떴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그는 2008년 다시 드라마로 복귀한다. MBC ‘에덴의 동쪽’에서 잔인한 기업 사냥꾼 신명훈 역으로 돌아온 것.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한차례 변신을 시도했다. 그동안 자상한 남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기업 사냥꾼 ‘신명훈’으로 분해 극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극 중 이동욱(연정훈 분)의 여자 김지현(한지혜 분)을 빼앗으며 연적으로 떠오르지만, 이후 출생의 비밀을 안 뒤 이동욱이 자신의 아버지를 무너뜨리는 데에 일조하는 반전의 캐릭터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귀공자 이미지를 벗는 데에 성공했다. 신명훈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체중감량과 근육 트레이닝에 매진한 노력의 결과였다고.
◇ ‘열혈 장사꾼’
다음해 KBS2 ‘열혈장사꾼’으로 안방극장에 컴백한 박해진은 자동차 영업 사원 ‘하류’로 분했다. ‘쩐의 전쟁’ ‘대물’ 등으로 유명한 박인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에서, 그는 당당히 원톱 주연을 꿰차며 이름값을 입증헀다.
그러나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다. 돈, 장사, 차와 인생에 관한 얘기를 소재로 해 ‘착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박해진의 연기력도 인정받았지만, 경쟁작 SBS ‘천만번 사랑해’ MBC ‘보석비빔밥’에 밀려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 ‘내딸 서영이’
박해진은 ‘열혈 장사꾼’ 종료와 동시에 기회의 땅 중국에 노크했다. 그는 대륙으로 건너가 ‘박해진의 결혼이야기’ ‘또 다른 찬란한 인생’ 등 여러 작품을 찍으며 한류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고른 작품은 KBS2 ‘내딸 서영이’. 아버지와 딸 서영(이보영 분)의 사랑과 화해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서영의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 이상우 역을 맡아 복귀에 성공했다. 또한 극 중 두 여자 강미경(박정아 분)과 최호정(최윤영 분)의 사랑을 받으며 매력남의 진수를 보여줬다.
◇ ‘별에서 온 그대’
그는 2년 만에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난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싸이코패스 이재경(신성록 분)의 동생이자 천송이(전지현 분)을 한결같이 바라보는 이휘경 역을 맡아 흥행에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가 맡은 이휘경은 극중 천송이 관련 기사를 매번 검색하며 그를 걱정하는 순정파지만, 이재경의 은밀한 살인에 자신도 모르게 개입하며 위기에 빠지는 인물이다. 특히 큰형 이한경이 이재경의 독극물 주스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이후 극 전개의 중요한 키를 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닥터 이방인’
‘내딸 서영이’ 속 의사 가운이 그토록 잘 어울렸던 덕분일까. 2014년 SBS ‘닥터 이방인’에서 그는 또 한 번 의사로 변신했다. 천재 탈북 의사 박훈(이종석 분)과 라이벌 한재준(박해진 분)의 경쟁을 그리면서도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진심을 담은 이 작품은 이종석, 박해진의 투톱이라는 점만으로도 크게 화제가 됐다.
박해진은 극 중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30대 중반의 명우 대학병원 흉부외과 신임 과장 한재준 역을 맡아 냉철하고 이지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또한 원수의 딸 오수현(강소라 분)과 슬픈 사랑을 보여주며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는 ‘내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닥터 이방인’도 흥행시키며 ‘시청률의 왕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 ‘나쁜 녀석들’
지상파 드라마만 고집하던 그는 같은 해 장르물인 케이블드라마로 의외의 행보를 택했다. OCN ‘나쁜 녀석들’에서 서늘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천재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이정문’으로 분해 가을날 대한민국 밤을 으스스하게 했다.
이정문 역은 이제껏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과 180도 다른 색깔을 지녔다. 감정없는 서늘한 눈빛,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살인 본능이 깨어나는 위험 분자. 박해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자상한 눈빛과 흰 피부, 멀끔한 외모는 이 작품에서 오히려 공포심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긴장케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김상중, 마동석, 조동혁, 강신일 등 선 굵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묻히지 않고 제몫을 해냈고,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어냈다.
◇ ‘치즈 인더 트랩’
박해진은 ‘나쁜 녀석들’ 이정문의 서늘한 느낌을 ‘치즈 인더 트랩’에 가져와 맛깔나게 변형했다. 인간 관계를 꿰뚫고 이용하면서도 남을 믿지 않는 ‘유정’을 완벽하게 재현해내 ‘만찢남’(만화 찢고 나온 남자)이란 수식어까지 얻어냈다.
박해진은 드라마 출연이 결정되기 이전부터도 ‘치즈 인더 트랩’으로 화제가 됐던 배우다. 원작인 웹툰 속 캐릭터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원작 팬들의 대단한 지지를 받았던 것. 그런 그가 실제 드라마에까지 출연했으니, 화제성과 시청률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박해진의 열연으로 ‘치즈 인더 트랩’은 첫 방송부터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꾸준히 상승하며 단 5회 만에 시청률 6% 벽을 돌파했다. 24살 ‘연하남’으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대학생으로 돌아온 그였지만 전혀 위화감 없이 흥행까지 일구며 ‘박해진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