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2016년 여성 예능인들은 과연 침체기를 벗어나 남녀 함께 빛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을까.
여성예능인들이 한입 모아 힘들었다고 말한 2015년. ‘쿡방’과 ‘육아 예능’의 열풍에 밀려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여성 MC들 또한 남성들의 ‘케미’를 추구하는 남성 팀MC 체제에 밀려 개편 때에 하차를 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반가운 점은 2015년 하반기부터 이국주, 박나래, 장도연 등 괄목할 만한 여성예능인들이 등장하기 했다는 것이다. 박나래와 장도연은 그나마 여성의 자리가 보장받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5년 각종 토크쇼를 통해 한 발자국 영역을 넓혔다.
박나래는 MBC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을 거쳐 ‘마이 리틀 텔레비전’까지 진출했는데, 장도연과 함께 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총 2위를 차지하고 ‘비방계의 역사를 쓴’ 레전드 편으로 평가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원숭이 분장을 하고 연예대상에 나서고, 쫄쫄이 타이즈를 입고 거침없이 섹드립을 날리는 이들의 활약은 ‘여자가 왜 저러냐’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식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김숙은 여성의 자리가 보장받지만 늘 한정적인 활동만 해야 했던 가상 연애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상 연애 프로그램 속 여성은 늘 남성의 리드를 기다리거나 수줍어하거나 때로는 ‘도발’처럼 보이는 반전을 선사하는 이미지로만 남았다.
하지만 김숙은 ‘님과 함께2’에서 함께 출연하는 윤정수에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며 ‘조신한 남자’를 요구했다. 시청자의 머릿속에 있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완벽히 뒤바뀌면서 신선함과 통쾌함을 느끼게 했다. 브라운관에서 정제했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깬 김숙의 활약은 ‘숙크러쉬’라는 용어까지 탄생시키게 됐다.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은 2015년 두 차례 진행됐다.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은 이슈몰이로만 여겨지기 쉽다. 실제로 화제성이 떨어졌다 싶을 때 ‘특효 처방’이 여군 특집이었으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은 그동안 여성의 영역에 남성들이 들어가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던 예능계에서 그 역현상도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2014년과 2015년 예능계에서는 요리, 육아 등 여성 고유의 영역에 남성들이 들어가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성장담을 트렌드로 발전시켰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남성만의 영역에 여성들이 들어간 대표적인 예능 포맷 중 하나다. 지난 2014년 여름 여군 특집 1기가 성공하자 ‘진짜 사나이’는 2015년 3월과 9월 연이어 여군 특집을 편성했고,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여성예능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아직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추세로 보면 2016년은 여성예능인들에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있는 해다.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여성예능인의 위기에 여성예능인들이 힘 모아 타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쿡방’ ‘육아 예능’ 등 여성기피 장르들이 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제작자들 또한 여성예능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남성 예능인들의 여성 영역 침투가 트렌드의 공통점이었으나 이에 시청자는 이미 익숙해졌고,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기 힘들게 됐다. 요리도, 육아도, 뷰티도 이젠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성들의 예능 배경으로 사용된 지 꽤나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처럼 여성들이 남성 고유의 영역에 들어가는 예능 포맷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2015년에 몇 차례 걸쳐 입증됐다. 윤정수와의 케미에서 오는 재미도 있겠지만, ‘숙크러쉬’ 김숙의 인기는 남녀 성역할의 반전, 즉 여성이 ‘가장’이라는 남성 고유의 역할에 들어간 큰 틀 자체가 시청자에 재미와 신선함을 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집방’ ‘펫방’ 등 생활밀착형 예능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여성의 활동이 두드러질 수 있다. tvN ‘내 방의 품격’에서 인테리어라는 남성적인 분야의 전문가로 미모의 여성 블로거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여성의 영역이 2016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여성이 드릴을 들고 남성들의 못질을 가르치는 진풍경은 확실히 ‘집방’이라는 콘텐츠와 이색적인 ‘그림’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었기 때문. 여성예능인들이 집을 고치고, 동물들을 케어하는 모습 또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콘텐츠로 손색없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2016년 여성예능인의 설자리는 전보다 더 넓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적극적인 공세에 결국 방송 제작자들이 여성예능인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도 여성예능인들에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과연 올해에는 예능 남초현상이 사라지고 김숙이 신년 소원으로 말한 것처럼 ‘남녀 예능인들이 화합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