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여성 패널’은 많지만 ‘여성예능인’은 없는 가혹한 현실, 바로 지금 예능계의 현주소다.
지난 2015년도 많은 예능인들의 활약으로 시청자는 울고 웃었다. 하지만 여성예능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여성예능인’으로 뭉쳤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장영란, 박슬기, 김정민, 김새롬은 한 목소리로 “여성예능인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고, MBC ‘무한도전-예능 총회’에 참석한 김숙은 “여성예능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남녀 예능인들의 화합이 생기는 2016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여성예능인’들의 아쉬운 소리에 시청자들은 언뜻 ‘요즘 활약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비애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여성예능인들은 프로그램의 주권을 가지기보다는 소모되는 위치에 주로 놓였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유난히 ‘여성 예능인의 소모’가 두드러졌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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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라인업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평일 예능에는 SBS ‘힐링캠프’ ‘스타킹’ ‘불타는 청춘’ ‘정글의법칙’ ‘3대천왕’, KBS2 ‘안녕하세요’ ‘예체능’ ‘해피투게더’ ‘나를 돌아봐’ ‘집으로’, MBC ‘라디오스타’ ‘위대한 유산’ ‘능력자들’ ‘나 혼자 산다’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주말 예능에는 SBS ‘오마이베이비’ ‘런닝맨’, MBC ‘우리결혼했어요’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2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라인업에서 여성예능인이 ‘단순 패널’이 아닌 ‘주권’을 가진 프로그램은 몇이나 될까. ‘불타는 청춘’이나 ‘우리결혼했어요’ 등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에 가깝거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베이비’ 같은 육아 예능을 빼놓고 살펴보자. 이영자가 활약하는 ‘안녕하세요’, 황석정이 활동했고 이국주가 최근 합류한 ‘나 혼자 산다’, 송지효가 지키고 있는 ‘런닝맨’, 안방마님 김원희가 돋보이는 ‘자기야’가 끝이다.
그렇다고 다른 프로그램에 여성예능인이 출연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정글의 법칙’에는 매회 홍일점 멤버가 나오고 있고, ‘복면가왕’에도 김정민, 김새롬, 레이양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프로그램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나 되돌아보면 그것도 아니다. 언제 바뀌어도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즉 프로그램의 ‘주인’은 결코 될 수 없는 신세다. ‘집으로’나 ‘나를 돌아봐’에 나오는 스테파니나 김수미 등도 결코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볼 수 없고, 예능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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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펼쳐놓고 살펴보니 ‘예능 주권’의 불균형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주요 MC의 자리에 남성예능인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컬투, 신동엽과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이영자나 ‘백년손님’ 안방마님을 오래도록 지키고 있는 김원희가 대단하게 보일 정도다. 지금의 여성예능인들은 옆에서 ‘첨언’하거나 ‘리액션’을 담당하는 정도의 영역에 갇혀있는 셈이다.
케이블 프로그램과 종편 프로그램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위 ‘잘 나가는’ 예능인인 유재석, 김구라, 신동엽, 김영철, 장동민 등은 이름만 들어도 바로 어떤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연계성’을 지니고 있다. 신동엽은 ‘안녕하세요’나 ‘SNL코리아’, 김구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복면가왕’, 유재석은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성 예능인들 중에 프로그램과 본인의 이름에 ‘연계성’을 지닌 이는 몇이나 될까. 그 ‘연계성’의 부재가 지금의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2015년 여성연예인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정차할 수 있는 장르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 뷰티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여성예능인들의 역량 부족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 방송사에서 여성 예능인의 소모화 현상이 고르게 나타났다는 점은 비단 여성예능인들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을 입증한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이런 현상에 여성예능인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좋은 결과를 낳지는 못했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여성 예능인의 영역을 넓히자”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뭉쳤던 ‘판타스틱4’나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성예능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좀 더 넓은 영역에서 활약하기 위해 여성예능인들도 칼을 갈고 2016년을 기다렸다. 과연 이런 결심을 이어 여예능인들은 2016년 더욱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