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정우성이 제작자 겸 배우로 돌아왔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으로 분한 동시에 작품의 제작자로 나선 것이다. ‘사랑’과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이 작품에 대해 정우성은 “제작자로서, 배우 입장으로 많은 관객이 보고 공감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정우성은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강렬한 느낌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호우시절’ 등의 로맨스 작품에서는 따뜻한 감성을 내보인 데 이어 ‘똥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시자들’ ‘신의 한 수’ ‘마담 뺑덕’ 등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감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기억 아닌가요. 어렸을 때는 상대를 호기심에 만났더라도, 나이 들어서는 상대를 갖고 싶다는 욕망도 들 것이고요. 그리고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의 모습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할 거예요. 어떤 사랑은 잊고 싶기도 하고 간직하기도 싶지 않기도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다룬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랑과 감정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명 있다”고 힘 있게 답한 정우성은 기억에 대해 다룬 전작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온전한 맛을 느끼기에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선입견이 될 것 같아요. 기억을 다룬 다는 면에서 두 작품 모두 흥미롭고 재밌죠.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기억이 추억으로 연결되는 것은 맞지만, 상황이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죠. ‘나를 잊지 말아요’는 상처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서로 다른 처세술을 그렸죠.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판타지라면, ‘나를 잊지 말아요’는 현실적이에요.”
‘잘생긴 배우’라는 타이틀은 작품에 녹아들기 힘들게 할 수 있으며, 연기력보다는 외모만 평가받을 수 있다. 정우성 역시 마찬가지다. 잘생긴 외모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그 한계마저 뛰어넘었다. 다양한 변신을 통해 연기력 뿐 아니라 눈빛 자체로도 대중들을 휘어잡았다. 그의 강렬하면서도 애잔한 눈빛, 촉촉하면서도 신비한 눈망울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였다. 영화와 작품에 대한 고심과 통찰, 감성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정체인 셈이다.
“외모 위주 평가를 받았고 공부를 해서 연기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연기적인 확립이 필요했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평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업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거예요. 자신을 확립하고 평가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배우가 잘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도 찬사 아닌가요. 영화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래야 돼’ 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잖아요. 거기에 맞는 외모를 가진 것도 복이죠. 개인의 개성 때문에 어울리는 장르가 있을 뿐이지, 이를 잘 숙지하고 연기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해요. 시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요.”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진한 눈빛을 가진 정우성. 이번 작품의 상대역인 김하늘은 정우성의 매력에 대해 ‘눈빛’을 꼽기도 했다.
“애정 결핍이 제 눈빛을 만들었죠. 어릴 적에 가정이 넉넉하지 못했고, 부모님도 넉넉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어렸을 때 저의 세상을 만들었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동년배와 만나지도 않았고 이성친구도 없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제가 배우였기 때문에 값진 기회였어요. 보통 제작자들이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데 저는 배우이다 보니 더 많은 것을 직시하고 후배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선배가 해야 할 것에 집중을 할 수 있었죠. 순수 제작만도 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이 기회는 값어치 있었어요.”
“앞으로 저예산의 작품도 지원할 생각이에요. 영화시장이 마이너와 메이저로 나눠져 있어요. 마이너는 환경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감독이나 프로듀서를 꿈꾸지만, 숙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만 하죠. 실력 있는 후배들이 꿈도 이루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마이너 시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하고 만들어져야 메이저에서 탄탄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정우성은 영화를 사랑할 줄 아는 배우이자 제작자였다.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려 줄까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표현 또한 아끼지 않고 자신 만의 방법으로 해냈다. ‘기억’과 ‘사랑’에 대해서 역시 마찬가지다. 아픈 기억도, 즐거운 추억도, 모두 소중하게 담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기억들은 늘 새록새록 되살아나요. 지우고 싶은 기억은 없어요. ‘왜 지속적으로 나누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이죠. 매 순간이 저에게는 절실하고 중요했어요. 실패, 좌절이 있었기 때문에 더 성숙해질 수 있었죠. 사랑도 마찬가지에요.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내 기준에서 편집하지만. 아픈 사랑도 사랑이니까, 앞으로는 더 성숙한 사랑을 하지 않을까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