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김윤아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방송가도 명절 특수를 노리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불이 붙었다. 온가족이 함께 모여 TV를 보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이처럼 좋은 시간도 없는 것.
그러나 언제부턴가 명절 안방극장에는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체육대회나 외국인 가요제, 팔도 모창 대회 등이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한 형식처럼 자리 잡았다. 설과 추석에 걸쳐 몇 년씩 반복되다 보니 이젠 ‘식상하다’는 평가가 흘러나올 정도. 사골처럼 우려먹는 설특집 프로그램, 이대로 가만히 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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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설특집, 진부하다고요? 개편은 계속해서 진행 中”
크리스마스엔 ‘나홀로 집에’, 명절엔 ‘아육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육대’는 명절 간판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육대’는 아이돌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에요. 언제 이렇게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방송을 할 수 있겠어요. 1년에 두 번 뿐인 명절 특집이니 가능한 거죠. 덕분에 재능 있는 신인 아이돌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씨스타의 보라는 ‘아육대’에서 씨스타를 알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2010년 당시 4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대활약으로 방송에서 수시로 이름이 오르내렸고, 보라의 맹활약은 당시 무명에 불과했던 씨스타의 인지도를 단숨에 높였어요. 이외에도 ‘체육돌’이라는 신조어를 시키며, 다양한 아이돌 스타 탄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육대’가 시청률이 높은데요. 지난 추석특집 ‘아육대’는 9.2%(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어요. 시청률에 자비란 없는 요즘 방송가에서 이렇게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엔 시청률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높은 시청률만큼, 제작진도 시청자들이 ‘아육대’를 계속 보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을 거 에요.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체육 종목을 늘리면서 새로움을 주기도 했으니, 마냥 진부한 프로그램이라고 치부할 순 없어요.
이외에도 걸그룹 멤버와 일반인이 파트너를 이뤄 노래 실력을 겨루는 MBC ‘듀엣가요제’가 지난 추석특집에 이어 설특집에도 방송을 타는데요. 당시 시청률 7%를 기록해 정규 편성을 기대케 했는데 결국 불발됐죠. 일반인 참가자를 계속해서 발굴해야하는 어려움이 따랐을 거 에요. 일반인들의 꿈을 이뤄주는 좋은 취지도 있으니, 이렇게 명절 특집으로 방송하는 게 좋지 않나요? 그리고 걸그룹 멤버로만 구성됐던 참가 가수의 폭을 대폭 넓혀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하고, 가수 성시경과 개그맨 유세윤이 합류한다고 하니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KBS2 ‘아이돌 전국노래자랑’ 역시 출연진과 연출을 보강해 돌아옵니다. 지난 추석특집은 송해가 MC를 맡았다면 이번 설날특집은 강호동과 김신영이 MC를 맡고, 아이돌 가수들의 가족들까지 출연해요. 기존의 포맷만 있을 뿐,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송들을 ‘사골 프로그램’으로 치부하기엔 아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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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이름값 못 하는 설 특집, 숙제하듯 만들면 안 돼요”
‘명절 특집 프로그램’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아육대’? ‘팔도 모창 대회’?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제목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차례 봐온 프로그램이라는 뜻입니다.
‘명절 특집’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나요? 말 그대로 명절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 아닌가요? 그런데 일부 제작진은 마치 숙제하듯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매년 되풀이해왔어요. 이름값을 못하는 거죠.
일례로 ‘아육대’의 변화 필요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수차례 지적하던 문제점이예요. 아이돌을 대거 모아놓고 스포츠를 한다는 콘셉트는 초창기에 꽤 흥미로웠지만, 언제부턴가 ‘명절 특집으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죠. 국민의 명절과 아이돌의 메달 색깔 가리기가 어떤 연관이 있느냐며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고요. 늘상 되풀이되는 출연진의 부상, 편파적 편집 등의 문제는 방송 직후 비난 기사의 단골 소재였죠.
외국인 가요제나 팔도 모창 대회 등의 포맷도 이미 십수년 전부터 전파를 타던 ‘사골’ 프로그램입니다. 방송가에서 소외됐던 외국인이나 일반인의 참여를 위해 제작했던 초창기엔 물론 크게 환영받았던 아이템이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어요. 외국인끼리 모여 회담을 하는 토크쇼나 일반인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시대에 이런 소재는 차별성을 얻지 못해요.
이런 상황이라 제작진에겐 설특집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다시 한 번 필요합니다. 참신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건 물론, 설에도 외로운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작한다면 상업성과 가치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온가족이 함께하는 날인만큼 이번엔 꼭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길 바랍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