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순응자’는 로튼토마토 선정 세계 100대 영화 중 43위, 토론토영화제 선정 세계 100대 영화, 죽기 전에 봐야할 영화 1001편에 올라 있는 세계 영화사의 걸작이다. 국내에서도 전설처럼 이야기 되어지는 작품이지만, 사실 ‘순응자’는 국내 영화관에서 정식으로 개봉된 적은 없다.
‘순응자’는 거장 감독들에 의해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8년,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에서 이 작품의 상영을 추천하기도 했고, 코엔 형제가 새로운 영화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항상 스태프들과 감상할 정도로 열광하는 작품이다. 도대체 ‘순응자’가 담고 있는 내용이 뭐 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일까.
독재정권 당시,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파시스트가 된 청년 마르첼로(장-루이 트린티냥 분)의 시선으로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르첼로는 결혼식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부와 함께 파리로 떠나는데, 그곳에서 반(反)파시스트인 노교수를 암살하려는 정치적 음모에 가담하게 되고 여기에 더해져 노교수의 아내를 탐하게 된다.
이 가운데 파시스트인 마르첼로는, 자신의 본질과 과연 정말 노교수가 암살 돼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아내를 버리고 노교수의 아내와 사랑의 도피를 실천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진다.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고자했던 태도에 크게 반하는 행동들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좋지 않은 사건에 의해 혼란을 겪은 자아 정체성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르첼로의 선택은?’이라는 질문을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 사진=영화사 백두대간 제공 |
‘순응자’는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한 인간의 내면을 비춰봄으로써 표현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1970년대 제작된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놀라운 연출과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은 영화다. 1930년대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배경과, 마르첼로의 인식에 따라 딱딱하고 질서 있는 모습에서부터 흐트러진 느낌을 주는 분위기는 거장 감독들에 의해 언급되기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시대가 흐르고 흘러 ‘순응자’를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영화사 백두대간에 그저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다. 오는 28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