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정보 과잉의 시대다. 카드 내역으로 내가 어디서 무얼 했는지, CCTV를 통해 내가 누굴 만났는지 낱낱이 기록되는 소위 말해 ‘감시’ 당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이 결코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정보를 통해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기도 하며,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그들에게 정보는 지푸라기 같은 존재다.
‘로봇, 소리’의 해관(이성민 분)에게도 정보란 그런 존재다. 약 10년 전 잃어버린 딸 유주(채수빈 분)를 찾기 위해서라면 머나먼 섬으로 향하는 일까지 불사하는 그에게, 딸을 봤다는 이야기 자체는 한 줄기 희망이나 다름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해관 앞에 우연히 로봇 소리가 등장한다. 처음엔 그저 고물이라고 여겨졌던 소리가, 목소리만 듣고 그 사람의 번호를 알아내 위치까지 추적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해관은 본격적으로 소리를 이용해 유주를 찾는 여정을 함께한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청장치 기능을 가진 소리가 우주로부터 추락하면서 분실되자, 이를 알게 된 미국 NASA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국정원 그리고 항공우주연구원과 협력해 소리를 찾으러 나서며 해관의 딸 찾기에 걸림돌으로 작용한 것이다.
해관은 소리와 함께 유주의 행적을 찾으러 나서면서, 자신이 몰랐던 딸의 진짜 생각을 하나하나 깨닫게 된다. 자신이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고 아끼는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해관이, 누구보다 딸에 대해 몰랐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유주를 찾는 과정은 결국 그를 다시 회상하게 되는 여정으로 비춰진다.
영화는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은 않다. 지난 2003년 2월18일. 전 국민을 애도하게 했던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로써는 처음으로 그 사건에 대해서 조명한다. 이 소재들을 한 데 모아 연출한 이호재 감독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 또한 훌륭하다. 또한 이성민은 ‘미생’에 이어 ‘로봇, 소리’로 다시 한 번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펼친다. 추운 겨울 마음만은 따뜻하게 울릴 휴먼 영화로는 손색없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