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저 혼자 감투를 쓸 수는 없죠. 모두가 생각으로만 했던 캐릭터의 결과물이 나온 것이고, 전 그것을 구현한 것 뿐 이에요. 저 역시 굉장히 궁금했기도 했고요. ‘김대호’라는 캐릭터는 저 혼자를 지칭할 수 없다는 거예요. 모든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 했어요”
배우 곽진석은 영화 ‘대호’에서 유일하게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극 중 호랑이 액팅 모션을 해 CG로 구현된 대호를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얼굴이 나오지 않아 아쉽지 않느냐는 말에 “포수 중에 한 명으로 나오긴 한다”고 답하며 순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곽진석은 액션스쿨 출신으로 액션 배우로, 무술 감독으로도 활동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로 활동하고 있어, ‘대호’ 출연도 자연스럽게 이루진 것이다.
“모션 캡처는 몸에 센서를 붙이고 움직임을 캡처하는 작업이이에요. 제 몸에 센서를 붙이고, 움직임을 딴 뼈대에 데이터에 애니메이터가 살을 붙이는 과정이 있어요. ‘대호’는 모션 캡처가 이뤄질 수 없었죠. 4족 보행에 관절이 다르니까요. 전혀 다른 작업이 된 셈이죠.”
↑ 디자인=이주영 |
“물론. 구부린 자세로 으르렁 거리고 시선을 준다. 카메라 세팅 조명, 미술 세팅을 맞추고 감독이 디렉션을 주면 연기자들과 맞춘다. 촬영도 여러 과정이 있는데 아무도 없는 빈 장면을 찍고, 나와 상대 배우가 있는 장면을 찍고, 또 나 혼자만도 촬영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파란 옷을 찍고 촬영을 하는데, 이는 CG 작업할 때 지우기 위해서다.”
Q. 얼굴이 나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포수로 나오긴 하는데(웃음). 욕심을 내야 하는 지점이 달랐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나오는 장면이 디테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 ‘대호’에서는 나의 존재가 감춰져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컸다. 스태프나 영화를 만드는 분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장면이 잘 나와도 내가 가이드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달라지더라. 배려를 하고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스태프나 배우 등과 작품에 대해 더 많은 대화도 하게 됐다.”
Q. ‘우린 액션배우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액션배우 때는 어땠나.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 자신이 실력이 뛰어난 친구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잘 안 되더라. 후에 다른 운동 배울 계기가 있었는데 절대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 아니더라. 액션스쿨에 있는 그 분들이 국가대표 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사였다. ‘우린 액션배우다’에서 다 나왔는데, 미용사가 재밌지 않았다. 운동이 재밌어서
퇴근하고 복싱을 했는데 너무 좋더라. 하다보니까 프로라이선스도 따고 진지하게 하게 됐다. 그러다가 액션스쿨 모집 공고를 보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액션배우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였다.“
Q. 액션배우 생활은 어땠는가. 위험한 일도 많았는가.
“뛰어난 스턴트맨은 대역을 한다. 위험한 것도 많고. 그 때 당시에도 배우 할 마음은 없었는데 대역은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외국에는 ‘스턴트 어워즈’라고 해서 유명배우가 자기 대역한 배우 상을 주고 대역을 쓴 것에 대해 솔직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지 않나. 난 내가 하는 일이 좋고 사랑스러운데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았다. 당시 뭔가를 개선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지금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후배들에게 잘 얘기해주고 그래야 할 것 같다.”
Q. ‘대호’는 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내 나름대로 스태프를 생각 했는데 이번에는 스태프들의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 예를 들어 움직임이라던지 뭘 하는지 말이다. 정말 영화 현장은 모두가 헛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더라. 다들 멋있어 보였고,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앞서 한 영화에서는 현장을 지킨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좀 남달랐다. 대호 연기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성장을 많이 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했는데 실력은 현재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지 않나. 연기적으로 보다 사람을 배운 것 같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