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중국이 한국의 수많은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을 베끼고 있다. 이에 우리는 날선 비난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그들을 무작정 비난하기에는 조금은 민망하다.
심형래 주연의 ‘우뢰매’, 사이콘별 출신 에스퍼의 복수극 ‘초합금 로보트 쏠라123’, 우주침략자 카론일당에 맞서던 ‘혹성로보트 썬더A’, 안드로 마왕을 무찔렀던 원-비호-무탁의 활약이 담긴 ‘슈퍼삼총사’ 등 7, 80년대 우리나라 극장 애니메이션은 정말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이 만화들을 볼 때, 우리는 당혹감을 피할 수 없다.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시초로 불리는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마징가’의 표절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통형 팔다리, 가슴의 붉은색 장식이 비슷했다. 이후 나온 ‘슈퍼태권브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투메카 자붕글’의 몸에 머리와 가슴만 태권브이의 것을 따왔다. 여기에 적으로 등장하는 로봇들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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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를 얻었던 퀴즈프로그램 SBS ‘알뜰살림 장만퀴즈’, MBC ‘도전 추리특급’은 소도구와 무대장치, 코너, 출연자들의 몸짓까지 일본의 것과 흡사했다. 이에 니폰TV는 ‘월드 그레이트TV’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것을 그대로 베껴 고맙다”고 비아냥거렸다.
일본 한 시사주간지는 1999년 ‘한국TV 베끼기 유행’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3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일본 프로그램의 표절과 모방을 지적했다. SBS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KBS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SBS ‘게임쇼 하이파이브’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일본 방송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표절시비는 드라마에서도 피해갈 수 없었다. KBS2 ‘달자의 봄’은 일본의 ‘아네고’, MBC ‘이브의 모든 것’은 일본 만화 ‘사랑의 기적’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창의성이 중요한 광고계, 뮤직비디오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의혹이 일었다. 룰라의 ‘천상유애’는 일본의 ‘오마쓰리닌자’곡을 그대로 따와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00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는 ‘외국 프로그램 표절 및 모방 현황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30명의 한국 방송 3사 PD들은 모방 및 표절실태에 대해 36%가 ‘약간 심각하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 역시 어느 정도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은 모두 우리의 추억 한편에 자리잡아있다. 하지만 단순히 추억이라고 부르기에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어쩌다가 보니 비슷하더라’라고 해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비슷했다. 비록 서툴렀고 급급했더라도 조금 더 고민했다면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