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꼭 넘어야 하는 산? 연기나 잘했으면 좋겠다. 하하.”
매 작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건 배우가 매번 넘어야할 큰 산이다. 극의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스스로에게 던진 과제를 만족할만한 결과로 풀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배우 정우도 그랬다. 정우에게 영화 ‘히말라야’는 배우 황정민,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등 베테랑 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진정성을 더욱 깊게 부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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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영화로, 정우는 엄홍길 대장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후배 대원 故 박무택을 연기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진행을 하다보니까 부담감이 많이 됐다. 시나리오를 초중반까지 재밌게 봤다. 중반 이후부터는 많이 슬펐고, 이야기 자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족애라든지 남자들 간의 우정, 의리 등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단어들이지 않나. 어떤 감정인지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쉬운 게 또 어려울 때가 있으니까 그런 걸 일깨워주는 작품이겠구나 생각했다.”
극 중 황정민과 정우는 끈끈한 호흡을 과시해야만 했다. 실제로 엄홍길 대장과 후배 산악인 박무택은 칸첸중가(2000), K2(2000), 시샤팡마(2001), 에베레스트(2002) 등 히말라야 4좌를 등반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사이다. 친형제와 다름없었던 그들의 끈끈한 우애를 보여주기 위해 두 사람은 5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마음을 나누고 호흡해야 했다.
“황정민 선배도 그렇고 함께한 선배들이 모두 베테랑이었다. 배우로서 가져야할 덕목들이 있지 않나. 주연배우로서 한 팀을 끌고 가야 하고, 다른 배우들도 아울러야 하는 상황들이 올 수 있는데, 그런 것들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황정민 선배는 조언도 많이 해줬지만 그것보다 (나를) 많이 믿고 맡겨준 것 같다. 조성하 선배의 경우엔 굉장히 후배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 주었다. 후배들이 경직되지 않게 항상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다. 그런 것들도 여유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많이 배워야 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히말라야’는 배우는 물론, 제작진 모두가 고생에 고생을 한 작품이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멋진 풍광을 담기 위해 네팔 히말라야, 프랑스 몽블랑을 비롯해 경기도 양주, 강원도 영월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소화했다. 정우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촬영이었다. 히말라야 고지대 촬영에서 고산병 증세로 고군분투한 경험을 했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 탓에 속앓이도 많이 했다. 촬영장에서 막내였던 그는 고산병으로 인한 두통 때문에 애교 있는 막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고 힘든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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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고산병으로) 잠을 많이 못 잤다. 하루에 1시간, 2시간 밖에 못자고 등반해서 올라가야만 했다. 또 제대로 먹지를 못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목표 지점에 올라갔을 땐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아마 그때 꼴찌로 올라갔을 거다. 맨 마지막에 도착해 울었는데, 당시에 힘들어서 운 게 아니라 미안해서 운 거였다. 나이가 제일 어린데 제일 늦게 도착했으니 얼마나 미안했는지. 그 미안함이 쌓이니까 그게 힘들더라. 못해도 중간은 가야할 텐데 꼴찌로 올라가서 그게 속상하고 죄송했다.”
고산지대 촬영을 회상하며 또다시 미안함과 속상함이 교차한 듯 풀이 잔뜩 죽었던 정우는 이내 “그래도 (선배들이) 후배라는 느낌보다는 동료처럼 대해줘서 정말 좋았다. 선배들과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라며 싱글벙글 웃으며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자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영화 ‘바람’ ‘쎄시봉’ 등 개성 있는 캐릭터의 옷을 입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날아다녔던 정우. 그에게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내 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높은 산을 넘고 또 넘을 것이라는 정우의 진중한 대답은 향후 연기 활동에도 기대를 높이지 않을 수가 없다.
“연기는 내 꿈이다. 산에 올라가는 분들도 산을 좋아하지 않고선 올라갈 수가 없다. 연기자도 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그런 직업이다. 내가 어떠한 산을 넘어감으로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행복감이 느껴진다면 정복할 것이다. 그런데 일단 연기나 잘했으면 좋겠다. 연기가 계속 넘어야 할 산이지 않을까. 매 작품도 넘어야할 산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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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