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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예전 기억 한 토막. 반전 영화를 보고 나온 뒤,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스포질’을 하고 말았다. 명동 한복판에서 생애 처음, 살기라는 걸 느꼈다. 묵은 기억을 꺼낸 건 요즘 인기인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8’(이하 ‘응팔’) 때문이다.
8일 방송에서는 88년도에서 94년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투박한 프로포즈로 무성(최무성 분)과 선영(김선영 분)은 살림을 합치게 됐고, 꿈이 없어 서러웠던 덕선(혜리 분)은 어엿한 스튜어디스가 됐다.
‘형의 꿈이 내 꿈’이라고 여긴 정환(류준열 분)은 공군사관생도가 됐고, 만옥(이민지 분)이 돌연 미국 유학을 떠난 후 절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한 정봉(안재홍 분)은 성균관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연대 의대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선우(고경표 분)는 마이콜(김중기 분)과 함께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최택(박보검 분) 6단은 9단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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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응팔’에 관심 있는 시청자라면 대부분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드라마가 2주간의 휴식을 가질 동안 여러 매체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포일러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쌍문동 5인방을 포함한 정봉과 보라(류혜경 분)의 미래, ‘응답하라 1994’에서 활약했던 ‘쓰레기’ 정우의 등장까지 88년에서 94년으로 인물들의 성장이 그려지는 중요한 부분이 거의 다 ‘강제 공개’됐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들의 숙명일까.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다른 드라마들 역시 무차별적인 스포일러에 몸살을 앓은 바 있다. 특히,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타이밍에 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8일 방송됐던 ‘응팔’도 시청자의 맥을 풀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택이-덕선-정환 러브라인의 행방과 더불어 선우-보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
앞서 ‘응팔’ 제작진은 두 차례나 시청자들의 ‘모를 권리’를 주장하며 결국 법적 제재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촬영장 내부에서도 ‘현장에서 대본 받기’를 실시하는
앞으로 종영까지 3회 남았다. 스포일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건 비단 제작진 뿐 아니라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기대감이 더 이상 박탈당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응팔’ 스포일러를 향한 ‘살기’를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