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승우 "내 영화에 디스, 이제 말 조심 할게요"

영화 '잡아야 산다' 승주 役
주연배우 겸 제작자로 참여
"김승우 액션 살아있어요"
"아이들과 약속 꼭 지키려 노력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김승우(47)는 최근 영화 '잡아야 산다' 언론시사회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셀프 디스하다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것도 본인이 제작에 나선 첫 영화에 '재'를 뿌렸으니 말이다. "다른 배우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며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김승우는 "언론시사회 전 진행됐던 제작보고회를 끝내고 기자들을 만났을 때, 예고편 영상이나 촬영 현장을 생각하며 '영화 죽인다'고 자신감 있게 자랑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사과했던 건데 전후 사정없이 그렇게 나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하지 못한 데 대해 자책하지만 내가 얘기한 게 그대로 나간 거니 뭐라 할 말은 없고, 또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에 영화를 본 뒤 아쉬움은 있다. 솔직히 대단하지 않은데 '우리 영화 최고잖아!'라고 하는 뻔뻔함은 없다. 뻔뻔한 것보다 나은 것 같다. 이제 말조심하고 살겠다"고 웃었다.
김승우의 말처럼 '잡아야 산다'는 '최고'는 아니다. 그렇다고 최악도 아니다. 잘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이 겁없는 고등학생 4명에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심야 추격전을 담은 추격 코미디는 오락영화로 시간 보내기에 나쁘지 않은 편이다.

김승우의 액션신도 깜짝 놀랄 정도다. 김승우는 액션신이 나름 잘 빠졌는데 고생했겠다는 말에 반색하며 "정말 힘들었다. '김승우 액션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액션신이 없었는데 감독이 설득했고, 그 설득에 넘어가길 잘한 것 같아요. 액션신은 남자배우들 대부분의 로망이잖아요. 저도 당연히 있죠. 액션스쿨도 사실 오랜만에 갔는데 무술 감독 형이 '네가 웬일로 여길 왔니?'라고 할 정도였어요. 음악으로 치면, 코미디 영화에 따라온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앞으로는 액션 영화 위주로 골라서 출연해야 겠어요. 하하하."
김승우의 액션신은 오인천 감독의 집요한 설득에 의한 결과물이다. 오 감독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언급하며 "배우 콜린 퍼스가 생애 첫 액션이었는데도 대단한 모습을 보였고, '테이큰'의 리암 니슨도 나이가 많은데 액션이 엄청나다"며 김승우를 계속 설득했다. 김승우는 "사실 '킹스맨'은 감독의 말을 듣고 봤는데 폼나더라. '잡아야 산다'에서 나도 양복을 입고 나오니 까짓것 해보자라고 결심했었다"고 회상했다.
김승우가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느낀 또 하나는 선배가 지녀야 할 자세를 배웠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낯 간지러워한 그는 흔한 교수 제의를 대부분 거절했다. "왜 남의 영업 비밀을 가르치래?"라며 농담처럼 거절했는데 같이 참여한 김민규나 빅스의 혁 등 어린 배우들에게 이것저것 얘기하고 가르치며 재미를 느꼈다.
"내가 좋은 연기자인지 아닌지를 떠나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르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더라고요. 촬영 끝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감사하다'는 얘기인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형식적일 수 있지만 기분은 좋더라고요. 항상 난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다음에도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네요."

김승우는 가정적인(아내보다 아들과 딸에게 더 좋은) 남자이기도 하다. 여자아이돌 그룹도 소녀시대 이후는 몰랐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에이핑크의 팬이었기에 윤보미와 손나은 등의 이름을 알게 됐다.
"딸 아이가 뜬금없이 생일 선물로 에이핑크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토크쇼를 오래 했으니 예능 피디들에게 전화해서 연습실에 가면 만날 수 있는지 물었죠. 합정동 연습실에서 만나긴 했는데 뻘쭘하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아비 노릇 한 것 같아 행복했어요. 평소에 못 놀아주니 이런 거라도 해줘야죠. 와이프 약속은 안 지켜도 되는데(웃음) 아이와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해요."
아이들은 김승우가 드라마 '아이리스' 이후 3년 동안 공백을 갖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일 때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하더라. 아이들이 자라는 걸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갔다. 물론 아이들과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맞바꿀 만한 작품을 못 만난 이유가 있기도 하다"고 짚었다. "아내인 김남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3년을 쉬었으니 이후 3년은 빡세게 일할 것 같다"고 했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제작자, 각본가, 나아가서는 연출자로서의 꿈도 펼칠 계획이다. 틈틈이 쓴 시나리오만 10편이란다. 영상화되기 미흡한 작품도 있지만 꼭 내놓고 싶은 작품도 있다.
그중 하나는 영화 '화양연화' 같은 멜로를 선보이는 것도 포함된다. 여자주인공은 무조건 아내인 김남주다. 그러면 아내는 그에게 "내 의사를 물어보라고"라고 한단다. 김승우는 "목표라는 게 있잖아요. 캐스팅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다른 사람과 해야죠. 그래도 옛날부터 그런 얘기는 해놨어요"라고 웃었다.
"배우는 선택 받아야 연기를 할 수 있는 숙명이잖아요. 선택 받는 폭이 확연하게 줄었지만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언제든 연기할 거예요. 하지만 이제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조금 줄이려고요. 그 대신 제작이나 각본, 연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올해는 제 꿈을 펼치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