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는 비밀을 숨기고 남자를 지켜본다. 그러다 마주한 남자를 보고 '또로록' 눈물을 떨어뜨리고 만다. 남자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둘러본 뒤 "정신병원이니까!"라며 여자를 우울증이라도 걸린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듯하다.
남자는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부분 기억상실증 환자. 여자는 그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약봉지를 놔두고 가 남자의 눈에 띄고, 길거리에서 남자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무슨 사연일까.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 기억을 찾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여자 진영(김하늘)의 이야기다. 결국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그들은 알콩달콩해 보인다.
'피겨요정' 김연아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존재를 모르는 석원은 그까진 10년을 기억할 필요 없다며 변호사 일을 이어가고, 진영을 향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기억의 몇몇 단면이 떠오르고 과거를 찾고 싶어한다.
진영은 석원이 기억을 찾으려 할수록 불안하다. 교통사고가 났던 석원에게 피해를 준 가해자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궁금증을 불러 오게 한다. 이들의 과거가 어땠는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또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연이 이렇게 눈물을 한아름 안길 지 상상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슴 뭉클하고 울컥하다.
이윤정 감독이 고교 시절 쓴 단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단편영화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다시 장편화했다. 단편은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지만 장편은 여자 주인공 캐릭터를 가미, 아예 다시 재구성했다. 공을 들여서인지 큰 흠은 없다.
꼼꼼하게 복선도 넣어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복선들이 떠오른다. 신인 감독인데도 촬영 기법과 화면 구도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써 영화에 몰입하기 편안하다.
김하늘은 새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모든 걸 알지만 모른 척 연기해야 하는데, 그가 흘리는 눈물이 모두 다 다르게 다가온다. '로코 여왕'의 수식어가 진한 감성 멜로에도 어울린다.
"김하늘의 영화"라고 공식 발언하고 다니는 정우성은 김하늘이 최고의 감정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김하늘이 "정우성의 눈빛에 흔들렸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호흡이어도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미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이 후배인 신인 감독 이윤정의 열정을 응원하고자 직접 제작사를 차려 지원했다. 이 감독은 '놈놈놈' 스크립터로 정우성과 인연을 맺어왔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7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