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미디어의 전자파 아래에서 늘 숨 쉬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결혼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작년 집계된 결혼적령기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가 6.0건으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로 나타난 것. 물론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일부 젊은 층이 결혼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층은 언제부터 결혼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현상에 미디어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것일까? 결과를 살펴보기 전 TV, 영화 등에서 결혼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봤다.
TV 예능 프로그램 속 ‘결혼’은 ‘판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정성스러운 이벤트 덕분에 항상 행복해 하고, 신혼이지만 늘 번듯한 신혼집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게 다반사다. 특히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나 종편 프로그램 ‘님과 함께’ 다수 에피소드는 현실적인 결혼과 거리가 멀다. 집세나 생활비를 걱정하거나 집안의 경조사, 집안의 갈등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핑크빛으로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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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방송 캡처 |
물론 개편한 ‘님과 함께2’의 김숙‧윤정수 커플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결혼의 엄숙함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드라마는 주로 불륜, 배신, 복수 등 결혼의 부정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맞춘다. 극의 3대 요소가 ‘갈등’이라는 점에서 자극적 소재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시청자에게 결혼에 대한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 ‘부탁해요 엄마’, ‘엄마’, ‘애인있어요’ 등등 지금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 모두 ‘결혼 생활’과 불륜, 배신, 복수 등을 일직선상에 놓았다. 넋놓고 보는 시청자들은 실제 삶이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을 ‘삶의 무덤’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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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연예뉴스로 전달되는 스타들의 결혼 소식도 대중에 실제보다 부풀린 예식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짚어봄직 하다. 신부가 어떤 드레스를 입는지, 예물은 얼마나 비싼지, 어떤 하객이 오고 신혼집 평수까지 끊임없이 다룬다. 이런 보도들은 대중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최근 ‘스몰웨딩’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상술’이다. 실제 스타들의 스몰웨딩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선 세세한 준비와 발품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직장인 미혼남녀는 꿈도 꿀 수 없는 일.
물론 모든 미디어가 결혼을 현실적으로 다뤄야하는 건 아니다. 극적 재미나 흥미를 위해 현실성 없는 캐릭터와 스토리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판타지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미디어가 ‘결혼’을 왜곡했다는 건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현대인의 24시간을 채우고 있는 미디어 속 이야기들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혼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이 형성된 건 가랑비처럼 쏟아진 미디어의 힘 아니었을까.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