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지난 3일 진행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안정환과 김성주가 완벽한 콤비플레이를 펼쳤다. 한 사람이었다면 조금 부족했을 입담이 서로 만나며 시너지 효과를 백배 만들어냈다.
이처럼 국내 연예가엔 대대로 전설적인 콤비들이 존재해왔다. ‘만담’을 유행시킨 장소팔 고춘자부터 ‘최고의 웃음사냥꾼’ 컬투까지, 사람들을 매료시킨 레전드 콤비들을 살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장소팔 고춘자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장소팔-고춘자 콤비는 아직까지도 만담의 거장으로 꼽히고 있다. 50년대 군 위문 공연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민요와 속사포 만담으로 라디오 스타 반열에 올랐다.
휴전 직후 오랫동안 배고픔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대중에겐 이들의 얘기는 고단한 일상에 한줄기 빛과 같았다. 특히 1967년 라디오프로그램 ‘내 강산 좋을시고’에 출연해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라쿠고’를 차용한 만담쇼로 TV시대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대중을 울고 웃겼다.
◇ 구봉서 배삼룡
TV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때부터 새롭게 떠오른 콤비는 구봉서-배삼룡이다. 1969년 신생 방송사였던 MBC가 경쟁방송사인 TBC에 대항해 만든 홈 코미디쇼 ‘웃으면 복이 와요’를 내놓았고, 극단에서 활동하던 구봉서와 배삼룡은 물 만난 고기처럼 TV를 발판삼아 인기몰이에 나섰다.
구봉서는 무능한 가장, 빈민 등 서민의 대표 캐릭터를 연기했고, 배삼룡은 어리숙하지만 뻔뻔한 캐릭터를 맡아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이 연예정화사업이란 이름 아래 저질 연예인을 단속한다며 배삼룡의 활동을 묶어놨고, 이후 두 사람의 모습을 함께 보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 김미화 김한국
1980년대를 풍미한 콤비로는 ‘쓰리랑 부부’ 김미화 김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KBS ‘쇼피비오자키-쓰리랑 부부’라는 코너에서 기 센 아내와 소심한 남편으로 분해 신세대 부부상을 연기했다.
당시 “음메 기살아” “음메 기죽어”란 유행어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따라할 정도였다. 또한 김미화의 일자눈썹은 아직도 패러디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들 콤비의 특징은 과도한 몸짓과 말장난으로 웃음보를 자극하는 것이었는데, 1990년대 이후 쇼 버라이어티 형태의 코미디가 유행하면서 이들의 강점은 빛을 잃고 말았다.
◇ 이봉원 장두석
‘시커먼스’ 이봉원 장두석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콤비다. ‘쇼 비디오쟈키-시커먼스’에서 흑인으로 분장하고 리드미컬한 음악에 맞춰 춤추던 이들의 퍼포먼스는 KBS2 ‘개그콘서트-키컸으면’에서 이수근과 정명훈이 패러디할 정도로 가히 파격적이었다.
랩을 차용한 음악개그로 승부수를 던진 이봉원과 장두석은 “망했다 망했어”란 유행어를 퍼뜨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인종차별을 이유로 코너가 폐지됐고, 이후 두 사람은 ‘니캉내캉’이란 새 코너로 그 인기를 이어가고자 했다.
◇ 김국진 김용만
1990년대는 호흡 잘 맞는 콤비들의 활동이 눈에 띄던 시기다. ‘감자꼴 4인방’으로 유명한 김국진과 김용만은 유독 두 사람만 함께 활동하며 각종 쇼오락프로그램의 MC, 패널 자리를 독식했다.
다소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큰 웃음을 준 김국진과 뛰어난 언변과 말솜씨로 뒷수습을 담당했던 김용만은 누가봐도 찰떡궁합이었다. 두 사람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 ‘21세기 위원회’ ‘전파견문록’ 등 많은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며 황금기를 만들어냈다.
◇ 서경석 이윤석
이 시기 또 하나의 돋보이는 콤비는 서경석-이윤석이다.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나란히 금상과 은상을 타며 데뷔한 두 사람은 데뷔 당시 각각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출신의 고학력 개그맨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이들은 그 여세를 몰아 MBC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시사 문제를 비튼 개그를 선보였고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그렇게 심한 말을”이란 대사를 히트시키며 사랑받는 콤비로 자리잡았다.
◇ 김준호 김대희
200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콤비로는 김준호-김대희가 대표격이다. KBS2 ‘개그콘서트’ 동기인 두 사람은 코너는 물론 사업도 함께할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나눴다.
두 사람은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들을 생산해낸 주인공이었다. 또한 국내 코미디 페스티벌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개최하며 국내 개그 산업을 활성화시키기에 힘썼다. 방송 활동뿐만 아니라 인생을 함께해온 콤비인 셈이었다.
◇ 정찬우 김태균
정찬우와 김태균은 애초 ‘컬트삼총사’로 활동하다가 2002년 멤버인 정성한의 탈퇴 후 팀을 ‘컬투’로 재정비했다. 두 사람은 MBC 공채 5기 개그맨으로 만나 지금까지 콤비 플레이를 펼쳐오고 있다.
이들은 개그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BS2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 ‘베란다쇼’ 등 예능프로그램 진행에도 나서 MC로도 훌륭한 자질을 입증했다. 또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툴쇼’를 11년째 진행해오며 라디오 프로그램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 범접할 수 없는 특유의 입담 파워를 보여줬다.
이뿐만 아니라 컬투는 1997년부터 다양한 음반을 발매하며 ‘사랑은 야야야’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기도 했다. 콤비 플레이의 영역에 제한이 없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