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익숙한 가사는 KBS 이선영 아나운서에게 제격이었다. 큰 눈망울을 연신 반짝이며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그에게선 어딘가 모르게 ‘행복한 사람’의 기운이 엿보였다.
“굉장히 행복해요. 신랑도 너무 좋고, 결혼생활도 만족하고요. 제겐 가족들이 행복의 요소예요. 일을 많이 하던 적게 하던 상관없이, 내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존재고 사랑을 줄 수 있는 통로로 쓰인다는 게 정말 행복하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면서 사니까요.”
이선영 아나운서의 행복론에 잠시 귀 기울여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이선영, 삶의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
키워드1. 교양 프로그램이 좋아
이선영은 입사 이후 ‘재취업프로젝트-나 출근합니다’ ‘스카우트’ ‘러브인 아시아’ 등 청년실업, 다문화가정, 재취업 등 사회문제와 관련된 교양프로그램에서 유독 실력을 발휘했다. 톡톡 튀는 말솜씨와 감정에 솔직한 태도로 일반인 출연자의 반응을 잘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입사 초기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처음으로 MC라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낸 건 ‘러브인 아시아’때부터였죠. 그때 패널들과 인간적으로도 친해졌고, 제 코멘트와 위로가 사람들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킨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예능은 즉각 반응이 와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히는데, ‘러브인 아시아’에서 한 말들은 사람들이 나중에도 기억하더라고요. 진심으로 방송하면 오래 기억된다는 게 놀라웠죠. 그 뒤로 운이 좋게 교양 프로그램들을 맡게 됐어요. 그 중에서도 일반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는데, 날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다보니 방송이 참 편해지더라고요.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다 자기 일처럼 녹아들어서 방송을 보게 하고 싶은 욕심은 나네요.”
키워드2. ‘아통령’ 이선영
결혼한 지 이제 1년여가 지났다.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미혼일 때보다 지금이 더 도움이 된다는 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MC를 하면서 결혼했어요. 프로그램 진행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라는 PD 말을 반은 이룬 셈이죠. 하하. 미혼일 땐 절 새침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시청자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철없는 막내며느리 콘셉트로 진행해야만 했어요. 그러다 주부가 되니 스스로 아는 것도 많아지고 프로그램 진행이 좀 더 수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예전처럼 새침하게 보이고 싶어도 이젠 아무도 그렇게 안 봐요. 신랑은 절 아줌마들의 대통령 ‘아통령’이라고도 부른다니까요? 하하. 사실 제가 인기 있는 아나운서도 아니고, ‘주부’ 한 세대만 확실히 알아도 가늘고 길게 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일반인과 섞여서 즐겁게 뭔가 배울 수 있는 그런 정보교양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 사진=KBS |
키워드3.결혼 1년차 새댁
신혼의 깨볶는 냄새가 진동했다. 남편만 떠올려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게 영락없는 ‘행복한 새댁’이다.
“신랑이 제가 일하는 걸 많이 이해해줘요.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요. 제가 집안일에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신랑이 ‘잘한다’고 엄청 칭찬해주기도 하고요. 내조요? 저도 결혼하고 매일 신랑에게 저녁 해줬어요. 헤헤. 결혼하고 몇 달은 서로 맞춰가는 기간이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안정된 것 같아요. 신랑 앞에서 혀짧은 소리도 내고요. 하하. 토요일 아침이면 신랑이 제게 브런치도 만들어주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아닌가요?”
키워드4. 아내로서 몇 점?
“영원히 97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높긴 높죠? 하하. 사실 제가 남편한데 잘한다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3점은 비워놨고요. 아내로서 단점이요? 음, 바쁘다는 것? 기아대책 기구 홍보대사를 올해부터 하면서 나눔관련 행사가 많아졌는데 신랑이 자기와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10년간의 방송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인데 신랑이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키워드5. 나눔의 미학을 깨닫다
기아대책기구 홍보대사를 하며 각종 행사에 적극 나설 만큼 그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살고 있다. 작년 5월부터 배운 꽃꽂이 스킬로 나중엔 미혼모나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수업하며 재능 기부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예전엔 제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방송인으로서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요. 하지만 한 살 먹을수록 우리 엄마 아빠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젠 그렇게 스스로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생각이 바뀐 계기요? 2009년 갑자기 성대결절이 와서 수술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속으론 아나운서를 그만둬야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죠. 그러다가 좋은 분들의 기도로 목소리가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걸 나눠야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에 소박한 행복을 알게 됐고요.”
키워드6. 기아대책기구에서 재능 나눔
그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나누고 있다. 각종 행사에서 무료로 진행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최근엔 아이들을 후원한 분들을 초대해 ‘여러분이 뿌린 씨앗이 이런 열매를 맺었다’는 내용의 행사 사회를 봤어요. 근데 방송 프로그램보다 더 떨리더라고요. 카메라 속 나를 보고 진행하는 것과 달리 사람들의 눈을 보고 진행해야하니까 묘한 긴장감이 생기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그동안 일반시청자를 상대로 한 교양 프로그램을 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하. 이런 기부는 나중에 나눔 관련 방송을 하게 됐을 때 코멘트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아 제게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또 저라는 사람의 재능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요.”
↑ 사진=KBS |
키워드7. 마흔 살 너머의 소망, 연기
마지막에 그는 꼭 이 얘길 하고 싶었다며 마흔 살 이후 꿈꾸는 목표 하나를 고백했다.
“제가 예전에 ‘역사스페셜’에서 소현세자 빈 역을 연기한 적이 있어요. 그 다음해엔 혜경궁 홍씨도 연기했고요. 만약 마흔 살이 넘어 또 한 번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고 내가 날 얼마나 내려놓고 망가질지 모르겠지만, 아나운서로서 어느 정도 경험을 해본 마흔 살이 됐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면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선영은 누구?] 1982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2005년 KBS 31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디뎠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재취업프로젝트-나 출근합니다’ ‘스카우트’ ‘러브인 아시아’ 등 정보교양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안정된 진행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