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7년 전부터 내 깜냥으로 대상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수상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받은 대상은 아이들 덕분이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잘 키우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26일 2015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방송인 이휘재의 소감이다. 그 누구보다도 감격할 만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웃지 못했다. 또한 소감마저도 숙연했다.
데뷔한지 벌써 23년. 꽃미남 개그맨은 어느 새 중년의 방송인으로 성장했고, 그 우직함의 결실로 대상 트로피를 안았다. ‘깜냥이 안 된다’고 겸손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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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 ‘일밤-몰래카메라’
이휘재는 1992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로 데뷔했다. 방송사 FD로 근무하다가 ‘몰래카메라’ 엑스트라로 출연한 게 인연이 돼 연예인이라는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당시 신인 개그맨으로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경규와 함께 ‘몰래카메라’를 촬영할 당시 ‘우정의 무대’ MC인 이상용을 속이기 위해 가짜 군인으로 분했고,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러나 군부대에서 허가해주지 않아 촬영은 불발에 그쳤고, 머리까지 밀었떤 그는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 했다.
◇ ‘일밤-인생극장’
그에게 ‘인생작’은 누가 뭐래도 같은 프로그램 한 코너인 ‘인생극장’이었다. 1993년 방송된 이 코너는 이휘재가 곤란한 상황을 놓고 두 가지 선택으로 갈려 서로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과정을 단막극으로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으로 이휘재는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래, 결심했어’란 그의 대사와 주제음악은 당시 애어른 할 것 없이 열풍을 일으키며 그를 청춘 스타 반열에 오르게 했다.
1994년 이휘재의 입대로 ‘인생극장’은 잠정 중단됐으나 그가 제대한 1997년 다시 부활해 큰 사랑을 받았다.
◇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만남’
이후 이휘재는 ‘멋진 친구들’ 등 시트콤을 거쳐 MC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1999년 ‘빠라빠라빰’이라는 유행어로 주가를 올리던 남희석과 호흡을 맞추며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이란 예능 프로그램을 인기리에 이끈 것.
이 프로그램은 PD, 성우, 작가에게 별명을 붙이고 때에 따라 매니저, 카메라맨 등 스태프가 등장하는 등 리얼 버라이어티 구성의 시초였다. 또한 남희석과 이휘재의 찰떡 호흡으로 시청률을 30%까지 끌어올리며 SBS 대표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공포의 쿵쿵따’
지금도 유명한 게임 ‘쿵쿵따’의 열풍 중심에 이휘재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가? 그는 2002년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공포의 쿵쿵따’에서 유재석, 강호동, 김한석과 함께 끝말을 이어가는 ‘쿵쿵따’ 게임으로 전국을 사로잡았다.
‘공포의 쿵쿵따’는 3글자 단어 잇기 게임으로 중간에 말이 막히면 각종 벌칙을 받았다. 또한 내무반, 목욕탕, 병원 등 다양한 콘셉트로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이휘재는 11개월 정도 멤버들과 함께하다 같은 해 11월 하차했다.
◇ ‘스펀지’
이휘재가 10년간 이끌어온 장수프로그램 MC였다는 사실도 아는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정보교양 프로그램 KBS2 ‘스펀지’를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이끌어오며 ‘인포테인먼트’의 첫 시작을 알리는 데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휘재가 10년간 터주대감 자리를 지키는 동안 그의 옆은 여러 명의 MC가 거쳐갔다. 이혁재, 황수경, 김경란, 고민정, 이정민, 정은아 등과 입을 맞추면서도 딱딱한 정보 프로그램에 웃음을 불어넣으며 KBS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역사는 10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초기에는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6년부터 MBC ‘무한도전’에 밀리면서 부분 개편을 감행했고, 이후에도 소재 고갈 등의 문제에 시달리면서 2012년 9월 종영하고 말았다.
◇ ‘상상플러스’
2004년 이휘재는 탁재훈, 최성국, 김종국, 지상렬 등과 함께 KBS2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를 시작했다. 당시엔 스타들의 신변잡기 토크쇼 ‘스타플러스’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반전은 2005년 세대간 언어차이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세대공감 올드&뉴’가 신설되면서 일어났다. 노현정 아나운서가 1대 안방마님으로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고, 시청률도 높이 치솟으며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합류했다.
이휘재는 이 프로그램으로 2008년까지 안방극장에 웃음을 전달했다. ‘상상플러스’는 오랜 방송 속에서 식상한 단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결국 1기가 종료됐고, 이휘재는 4년여 긴 MC 생활을 뒤로 하고 하차했다.
◇ ‘도전1000곡’
이휘재는 2008년 강병규의 배턴을 이어받아 SBS ‘도전1000곡’ MC로 나섰다. ‘도전1000곡’은 다수 게스트들이 출연해 노래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2000년 김승현, 이선진 체제로 처음 출발했다가 여러 MC를 거쳐 8년 만에 이휘재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휘재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2014년까지 끝을 함께했다. 그의 옆은 정형돈, 장윤정, 효린 ,신지 등 여러 번 얼굴이 바뀌었지만, 마이크를 잡은 이휘재만큼은 우직하게 프로그램과 같이 걸었다. 그는 특유의 넉살과 진행실력으로 일요일 아침 시간을 유쾌하게 했고, 출연진도 마음 편하게 노래를 부르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 ‘세바퀴’
2008년 그는 ‘도전 1000곡’ 외에 또 하나의 장수 프로그램을 만난다.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에서 박미선, 김구라와 함께 MC를 맡았다.
‘세바퀴’는 원래 ‘일요일 일요일 밤에’ 한 코너로 편성됐다가 높은 인기로 2009년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분리됐다. 그 중심엔 재치있는 이휘재의 입담과 박미선의 톡 쏘는 재치가 있었다.
특히 출연진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푸는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는 인기가 높았다. 방송 녹화인 줄 모르던 스타의 지인의 돌발 발언으로 핵폭탄급 웃음을 선사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세바퀴’ 역시 소재 고갈과 식상함을 이기지 못한 채 시청률이 점차 하락햇고, 이휘재는 2014년 개편을 맞아 박미선과 함께 하차하고 말았다.
◇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2009년 첫 방송된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는 스타가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나와 다른 스타 친구와 엮어주는 소개팅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휘재와 현영이 MC로 활약했고, 유이, 황승언, 유건 등이 새로운 스타로 배출되기도 했다.
◇ ‘순위 정하는 여자’
2009년 케이블방송 QTV ‘순위 정하는 여자’는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이 높았던 프로그램이었다. 10명 여성 연예인들이 매회 정해진 주제 아래 각자의 이미지를 순위로 매기고 일반인들이 매긴 순위와 일치하는지 가리는 구성이었다.
이휘재는 현영, 이인혜, 김새롬, 정주리, 김나영, 신지, 강예빈 등 기 센 여성 패널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대화를 정리하는 MC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2011년 시즌4가 종료할 때까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숨겨진 ‘수훈갑’으로서 제몫을 했다.
◇ ‘비타민’
2013년 4월 그는 KBS2의 또 하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비타민’의 MC를 맡았다. 삶의 질과 건강, 행복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정보를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예능 요소를 섞은 프로그램이다.
이휘재는 윤다훈, 강병규, 전현무, 김용만 등 역대 MC에 이어 ‘비타민’ 남성 MC로 나섰다. 그는 박은영, 정지원, 은지원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고, 현재까지 4%대 후반의 안정된 시청률로 프로그램을 이끌어오고 있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동안 MC로서만 활약하던 이휘재의 진가를 확인해준 건 누가 뭐래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였다. 그는 2013년 프로그램 첫 회부터 두 아들 서언, 서준과 함께 출연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쌍둥이를 돌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이바람’이란 이전의 수식어를 완벽하게 지울 수 있었다. 또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초보아빠로서 시청자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 프로그램 흥행의 견인차 구실을 하기도 했다.
◇ ‘백종원의 3대천왕’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아빠 이미지가 굳어진 그는 2015년 SBS ‘백종원의 3대천왕’ MC를 맡으면서 말 잘하는 방송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나의 주제 아래 전국 맛집 명인들을 초대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대결을 중계하는 ‘캐스터’라는 캐릭터를 맡았다.
예능 대세인 백종원과 김준현 사이에서도 그는 감각을 잃지 않는 입담으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음식에 해박한 두 사람과 달리 ‘일반인’ 시선으로 질문하고 초보를 자처하며 자신만의 차별성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