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 감시 그리고 통제가 당연해진 우울한 미래, 철저히 계급으로 이뤄진 사회에서 저항세력이 등장하는 이야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의 장르를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말한다.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토피아(utopia)와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유토피아의 어원은 1516년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반대의 의미인 디스토피아는 18698년 존 스튜어트 밀이 당시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토지 정책을 비난하면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디스토피아는 문학과 결합돼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현재의 사회상을 비난하는 소재로 사용됐고,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 디스토피아 장르가 소개된 건, 무성영화 때부터였다. 1927년 프리츠 랑의 감독 ‘메트로폴리스’는 그의 아내가 영화를 위해 썼던 소설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수많은 SF영화의 전형이 된 ‘메트로폴리스’는 자본에 의해 체계적으로 분류된 계급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자본을 가진 소수의 부르주아들이 자본을 가지지 못한 프롤레타리아를 지배하는 형태 속에서, 노동자들의 혁명이 계급을 무너뜨리려는 모습을 통해 당시 경제 위기와 인플레이션 혹은 죽음과 숙명에 사로잡혀 있던 독일의 상황과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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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포스터 |
‘메트로폴리스’ 이후부터 수많은 디스토피아 장르의 영화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1985년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1980년대 디스토피아 장르를 대표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브라질’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풍자를 이야기한다. ‘브라질’의 배경은 철저히 시스템으로 이뤄진 곳이다. 그런 곳에서 모든 일이 서류와 문서로 통하게 되는데, 그 시스템의 허(虛)와 실(失)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블레이드 러너’는 같은 디스토피아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다루는 소재는 다르다. 미래사회에서 인간의 보다 뛰어난 구실을 하는 복제인간들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영화계에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스토피아를 표현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퀄리브리엄’(2002), ‘이디오크러시’(2006), ‘아이로봇’(2004), ‘에이아이’(2001), ‘토탈리콜’(1990), ‘가타카’(1997) 그리고 올해 개봉한 ‘메이즈 러너’ ‘헝거게임’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디스토피아 장르로 분류된다. 영화의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한, 앞으로 디스토피아 장르의 영화는 꾸준히 다양한 상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