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은 무력해 보이는 사냥꾼이 되었다. 기개는 여전한 듯한데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인다. 조선 최고의 '명포수'였다는 남자. 무슨 이유인지 더는 총을 들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 산나물과 약초를 캐며 근근이 삶을 지탱한다. 이순신 장군이 돼 '명량'으로 1000만 관객을 이끌었던 배우 최민식이 영화 '대호'에서 맡은 천만덕이다. 강렬하기보다는 애잔하고 처연하다고 표현해야 하는 남자다.
"극 초반 잠깐 사냥꾼 시절의 모습이 나오지만 천만덕의 시작은 총을 잡지 않은, 총을 버린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부터다. 천만덕에게서 옛날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으면 했다. 그들은 속정은 깊은데 겉으로 표현을 잘 못한다. 요즘에야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하지만 나 어릴 때만 해도 아버지들에게는 그 표현이 쉽진 않았다. 아버지로서는 그런 모습을, 또 산사람으로서는 교육을 많이 받진 못했으나 산에 대해 고마움과 예의를 아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일제강점기 조선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명포수의 이야기를 그린 '대호'의 주인공은 사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표현된 호랑이 대호다. 최민식은 내심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프리프로덕션을 포함해 2년 넘게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호랑이를 표현해야 했으니 아무리 오래 연기한 베테랑이라도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특히 'CG 김대호씨(최민식은 이렇게 표현했다)와 연기를 해야 하니, 고민도 많았다. 의심했지만, 완성된 호랑이를 보고는 만족했다.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에도 최민식은 언짢아하지 않았다. "비중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정도면 많이 나온 것 아닌가? 이 영화는 대호의 절대적 존재감이 필요한 영화였다. 우리는 그저 대호를 둘러싼 인물들일 뿐이다. 한 신이건, 두 신이건 각 인물의 연결고리와 개연성만 이어지도록 나오면 됐다."
영화는 정만식과 천만덕의 아들로 나오는 성유빈도 눈에 띈다. 최민식은 "사석에서 술 마실 때 구경 역할은 정만식이라고 느껴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했고, 성유빈에 대해서는 "어린 친구들은 아직 관습에 젖지 않아서 솔직하다. 연기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최민식은 여전히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는가?"라며 미심쩍어하는 취재진에게 한마디 했다.
"이 영화가 이런 의도가 있고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제작진이 관객의 감상 폭을 강요하게 되는 거다. 관객이 느끼는 감성은 각자가 다 다르다. '대호'를 보고 '재미없어' 하면 상처를 받긴 하겠지만, 관객이 하품하고 잘 수도 있다.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라면 우리가 진단할 필요는 있지만 소재나 주제의식까지 대중이 싫어한다고 해서 후회해서는 안 된다. 맛있으면 먹는 거고, 아니면 뱉는 게 대중문화다. 관객에게 '내가 하는 얘기가 최고다. 왜 무식하냐. 못 알아듣느냐?' 하면 비극의 시작, 불행의 시작이다."
"'루시'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 좋은 경험이 됐다. 꾸준히 한 분야 일을 하니 '그랑블루' '레옹'의 뤽 베송 감독과도 만나는 인연이 이어지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뤽 베송, 모건 프리먼과 밥을 먹고 술도 마셨다. 통역이 필요하긴 했지만 좋은 친구를 얻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만 있는 거지, 이제껏 영어 한 마디 못 했는데 '루시'를 통해 비즈니스처럼 내 연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