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래퍼 김디지가 데뷔 18주년을 맞았다. 광기와 똘기로 똘똘 뭉쳐 용감하게 걸어온 그 길을 기념하기 위해 클래식컬 오케스트라 힙합 앨범 ‘인샌 d 디지 힙합 피트 위드 클래시컬 인스트러먼츠(Insane.d Deegie : HIPHOP Beat with Classical Instruments)’를 발매한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놀랍다. 18만 1818원. 게다가 18장 한정으로 판매될 예정이라 ‘스페셜’의 뜻을 더욱 공고히 한다. ‘그래도 좀 비싼 것 아냐?’라는 의문이 들 때쯤 그의 입에서 ‘18’이란 숫자의 의미가 튀어나왔다. 김디지의 18년이 녹아있는 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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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남들은 5주년, 10주년 단위로 자르지만, 전 원래 숫자 8을 좋아해서 ‘18주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18’의 의미? 내가 18살에 음악을 처음 시작했고 올해 18주년이 돼서 낸 건데, 다른 사람들은 ‘보란 듯이 관객모독 한 거지? 욕이지?’라고 하더라고요. 중의적 의미예요.”
이번 앨범은 그의 음악 생활을 관통하는 줄기다. 그동안 오래 작업하고서도 퀄리티에 관한 욕심 때문에 그냥 잠재웠던 곡 중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만 추려 18곡을 완성했다. 게 중에는 8년 전에 만든 곡도 있었다.
“나랑 친하지 않으면 들려줄 수 없을 거란 생각으로 낸 거라 18만원에 18장 한정 판매로 내놓은 거예요. 진짜 홀딱 벗은 느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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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처제에게 영감을 얻었다. 이력서 1000통이나 보냈지만 성과가 없었고, 집에 있기 눈치 보여 PC방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면서도 남들 눈엔 그저 대낮에 게임이나 하는 한심한 청춘으로 비치는 게 서글펐다는 처제의 얘기가 곧 이 시대 ‘청춘’이었고, 이를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는 ‘아바타’가 되고 싶었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꼰대’들이 애들에게 청춘을 얘기할 자격이 있을까 싶어요. 저도 그냥 제 주변의 얘기를 대변할 뿐이죠. 저조차 쿨하거나 멋있거나 대범한 사람이 아닌걸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그래봤자 힙합, 그래서 힙합, 그래도 힙합’이다.
“예전 조훈현 기사님이 한 말이기도 해요. 결국 여러 길로 돌고 돌았지만 종착점은 음악이더라는 거죠. 데뷔하고 앨범 2만장 팔았는데 수중에 딱 십몇 만원 남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고 직장도 기웃거렸는데 다시 음악하게 되고…. 나름 벗어나고 싶었는데 눈떠보니 결국 여기더라고요. 힙합이 직장이 됐다고나 할까.”
숙명 같은 뮤지션의 길이었지만 앨범을 내기 직전까진 그를 두렵게 하는 것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였다.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공연도 해보고 무대에서 술 먹고 드러누워 하고 싶은 퍼포먼스를 다 하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마이크 잡기가 무섭더라고요. 뭔가 하기가 두려웠어요. 왜, 유세윤씨가 음주한 뒤 자수한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니까요. 물론 내가 유세윤처럼 잘나가는 건 아니지만, 길게 음악하면서 함께 해온 주변 뮤지션들이 망가지거나 자꾸 떠나는 걸 보면서 마이크가 무서웠어요. 어떻게 극복했냐고요? 어떤 훌리건이 제 SNS에 ‘딴짓 하지 말고 앨범이나 내라’는 욕설 섞인 메시지를 받고 퍼뜩 정신이 났죠. 하하.”
그의 모든 것이 담긴 이번 앨범은 23일 정오에 발매된다. 발매일은 정해졌지만 이미 선주문만으로 매진돼 그의 파워를 입증했다.
“앨범 재킷도 안 나온 상태에서 매진됐더라고요. 리미티드 앨범이라 소장하고 싶다는 댓글들이 이어졌고요. 그걸 보고 눈물을 철철 흘렀네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