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故신해철 아내 윤원희 씨(사진=강영국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주차장에서 기자와 만난 남궁연은 "제수씨(윤원희)를 간신히 말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간절하고 답답한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약 1년 전 여야는 떠들썩 했다. 존재 사실조차 잊혀져가던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고 신해철의 죽음으로 재주목받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른바 '신해철 법'으로 지칭되자 언론도 힘을 실었다.
하지만 고인의 1주기가 지난 지금, 해당 법률 개정안은 조용히 폐기될 뻔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회기인 이달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었다.
언론의 관심도 적었다. 애초 고 신해철 측은 청원서를 지난 20일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대종상영화제에 취재 인력이 몰리면서 이날로 일정을 변경했던 속사정이 있다. 우여곡절 끝 신해철 팬클럽 철기군 5000명(서명)과 남궁연이 나선 던 터였다.
'신해철 법'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서 이번 청원으로 내년 2월까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김정록 의원은 "통과를 자신한다"고 했으나 녹록치 않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해당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해 복지위에 상정된 바 있으나 그때도 쟁점 법안에 밀려 결국 처리되지 못했었다. 의료계 반발도 뻔한 이치다.
![]() |
↑ 왼쪽부터 철기군 이혜수 회장, 남궁연, 김정록 의원, 윤원희 씨(사진=강영국 기자) |
신해철법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법안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신해철법이 빠르게 만들어 져야 한다"며 "누구나 신해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원희 씨 역시 "우리 가족이 겪은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비슷한 아픔을 많은 분이 겪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만에 하나 앞으로 겪게 되실 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윤씨는 “환자에게 너무 불리한 의료소송 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잘못된 제도, 관행들이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내 남편의 죽음이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인들과 싸우고자 함이 아니다. 남궁연은 "의사를 환자의 적으로 여기지 않다"며 "공정한 판단을 위해 의료 분쟁 중재 맹점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고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서울 가락동에 있는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을 호소하다가 그달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 측은 S병원의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 병원 K원장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fact@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