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브라운관 속에서 주먹으로 말하던 남성들은 이제 여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 요리와 육아까지 섭렵했다. 하지만 그걸로 부족했다. 이제 그들은 약자로서 대중 앞에 내비쳐졌다.
2015년 초 방송된 케이블방송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은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남성을 호구로 표현했다. 강호구(최우식 분)는 첫사랑 도도희(유이 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닌 캐릭터다. 그는 도도희가 미혼모로서 낳은 아이를 숨겨주는 역할까지 했다. 그리고 도도희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높은 학력도 경제력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었다.
약자가 된 남성들은 공개 코미디 예능프로그램에서 두드러졌다. 과거 방송됐던 KBS2 ‘개그콘서트-남성인권보장위원회’는 황현희가 연인관계 속 남성들이 밝히기 어려웠던 속내를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토로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오지라퍼’에서는 이국주와 이상준이 각각 여성과 남성의 대변인으로 등장해 남녀사이의 잘잘못을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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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N, SBS |
케이블방송 XTM 예능프로그램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이하 ‘수방사’)는 조금 더 과격한 방법으로 남자 돕기에 나섰다. ‘아내 몰래 집을 개조해 남편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콘셉트의 이 방송은 ‘오로지 남성을 위한’ 예능이다. 첫 회 방송에서는 낚시가 취미인 의뢰인의 집에 실제 바닷물을 집어넣을 수 있는 수족관을 만들어 낚시터로, 캠핑을 좋아했던 의뢰인의 집을 캠핑장으로 만드는 다소 과격한 수준의 리모델링을 선보였다.
이런 콘셉트는 ‘너무한 것이 아니냐’ ‘보기 불편하다’ ‘자기 공간이 필요하다면 먼저 가족 구성원간 합의가 이뤄져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 4회 파일럿 방송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결국 오는 11일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여기에는 ‘진짜 속 시원한 프로그램’이라는 남성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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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들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요즘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났다. 반대로 남자들은 예전만큼 취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니 남자들에게도 피해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남성우월사회였을지는 몰라도 이제 남성은 약자다. 하지만 세상이 약자라는 것을 잘 알아주지 않고 여전히 여성들을 챙겨주려는 심리가 대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그런 남성들한테 공감을 줄 수 있는 기획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근본적으로 불황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장 불황이 해소될 가능성은 적가 때문에 남성들의 불안감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돌이킬 수 없다.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대중문화에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