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PD들의 카메라는 곧 시청자의 눈이된다. 시청자는 PD의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숨겨진 여행지를 방랑하고 문화를 탐구한다. 그렇기에 좋은 영상에 대한 PD들의 사명감은 더욱 어깨를 짓누른다. 특히 10년 간 꾸준히 사랑 받아온 만큼, ‘걸어서 세계속으로’(이하 ‘걸어서’)의 촬영과 제작까지 도맡아야 하는 PD들의 부담감은 더욱 크다.
일하면서 여행도 간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실상은 실제 여행처럼 그렇게 느긋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하다. 임종윤 PD는 “보통 6~7명의 PD들이 각자 진행하고, 2주 정도 촬영한 뒤, 1주는 번역이나 영상 컨버팅을, 또 1주는 편집과 원고를 작성한다. 그야말로 1인 제작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 사진=KBS |
◇ 소형 카메라 하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여행길을 떠나는 인원은 조촐하다. HD 6mm카메라를 든 담당 PD와 현지 통역자면 된다. 그러나 홀로 곳곳에 숨은 곳을 찾아다니며 촬영까지 겸해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임 PD는 “연차가 있고 제작 경험이 많은 PD가 보통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투입되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제작 PD라 촬영 경험이 많은 건 아니라, 여행 가서 본인이 찍어온 영상을 보며 자기 손을 내려치는 분들도 많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혼자 다녀서 좋은 것들도 많다. 제작일정이나 스태프가 있는 경우에는 좋은 장면을 보더라도, 차를 돌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현지에서 발견하는 좋은 장면을 그때그때 포착한다. 큰 카메라를 들고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여행자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와의 소통도 편하다.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을 따라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여행 일정 바뀌는 경우도 숱하다. 실제로 러프하게 일정을 짜는 게, 제작 상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사진=KBS |
◇ 현장의 변수, 여행의 묘미
PD 혼자 움직이다 보니, 따로 방을 구하기보다는 단체 도미토리나 호스텔에서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어떤 PD는 카메라를 가져갈까봐 비닐팩에 싸서 안고 샤워를 하거나, 또 어떤 PD 이과수 폭포촬영 중 물을 맞아 고장 난 카메라 때문에 국경을 넘어 새 카메라를 구입하기도 한다고. 모든 여행이 항상 변수를 수반하듯, ‘걸어서’의 제작진 또한 무수한 변수와 맞닥뜨린다. 임 PD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행이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모든 것들이 현장 상황에 맞게 변하고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현지 사람들과의 관계도 특별해진다. 현지 아이들이 제작진에게 허물없이 다가와 집으로 초대하는 건 물론이고, 한 다이버는 아예 자신에 집에서 재우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임 PD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문을 잠그고 화분 밑에 놓고 가라며 문밖에 열쇠를 꽂아놓으셨더라. 밥도 차려두셨다”며 “그러나 허물이 없을 수록, 그들의 생활공간을 침해해서는 안 되니 그런 부분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행에서 벌어지는 많은 변수와 그로 인한 에피소드는 ‘걸어서’의 또 다른 시청 포인트다. 이는 국가와 명소를 소개하는 여타 여행프로그램과 다른 노선을 취하면서도 10년 간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임 PD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달리, 다소 투박하더라도 우리는 소위 ‘NG컷’으로 처리하는 장면들을 최대한 활용한다. 시시한 농담도, 일상적인 대화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다. 정겹지 않나. 보통은 버리는 샷을 우리는 편집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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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
◇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계속 진화한다
많은 PD가 따로 또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근래에는 하나의 테마로 여행지를 묶어 소개하는 포맷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그 나라에 방문한 타 PD들에게 날씨나 도로정보 등 소소한 팁을 물려받기도 한다고. 뿐만 아니라 셀카를 찍기 때문에 카메라에 대한 정보도 서로 긴밀하게 공유한다. 임 PD는 “대형장비에 대한 관심들은 없는데, 소형 카메라엔 다들 열광한다. 나 같은 경우엔 헬리캠을 갖고 나갔다가, 간부급 선배들에게 날리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쯤 되면 여행전문가가 아니겠냐는 말에, 임 PD는 오히려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임 PD는 “나 같은 경우, 여행자 모임에 자주 나가서 도움을 듣고 자문도 구한다. 촬영에 숙달이 될뿐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여행자들과 더 끈끈하게 소통할 수 있는 트레블러스(Travelers) 파티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임 PD는 “방송 날 밤에 모아서 같이 맥주도 마시고 여행 정보도 공유하는 모임을 가능한 매주 할 계획이다. 매번 우리가 비용을 지급할 수 없으니, 관광청에서 협조를 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임 PD는 “10년이 넘은 프로그램인 만큼, 오랜 사랑을 받았다는 큰 무게감이 모두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걸어서’의 포맷을 잘 유지한다는 기조를 갖고, 스핀오프격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유튜브 등 채널을 개설해 지금껏 주신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PD들 또한 재미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으니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