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아역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대개는 성인캐릭터가 등장하기 전, 그의 배경과 성격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성인캐릭터가 극에 잘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입지를 다지는 데에 그쳤던 아역들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아역 퇴장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상태다.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에서 영악하고 잔망스러운 오혜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이나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0% 돌파를 목전에 둔 ‘내딸 금사월’이 초반 주말극 시청률 싸움에서 뒤지지 않았던 이유로 아역들의 열연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드라마 흥행의 전초전은 아역의 존재감의 달려있다는 말도 이제 과언은 아니다. 다소 연기력이 부족하더라도 귀여움을 무기로 극의 감초 노릇을 해왔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반응이다.
최근 ‘내딸 금사월’은 10회 ‘화려한 유혹’, ‘육룡이 나르샤’는 5회를 아역배우 분량에 할애했다. 결코 적지 않은 회차를 아역배우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성인배우 못지않은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려한 유혹’에서는 타 방송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김새론과 남주혁을 아역으로 내세우며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에 앞서서는 ‘해를 품은 달’(2011)의 여진구·김유정, ‘대장금’(2003)의 조정은, ‘가을동화’(2000)의 문근영 등이 발군의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아역 그 이상의 몫을 해냈다.
지난해 MBC ‘마마’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아역배우 윤찬영은 이후 ‘화정’, ‘육룡이 나르샤’ 등 고난이도 연기를 요하는 굵직한 사극에서도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에는 tvN ‘풍선껌’에서 이동욱의 아역으로 활약했다. 이밖에도 영화와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근래 가장 뚜렷한 활동 행보를 보이는 아역 배우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 연예관계자는 최근 달라진 아역배우들의 위상에 대해 “과거에는 아역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녔지만 요즘에는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 기획사의 경우, 대규모 오디션으로 아역을 선발하기도 한다. 그만큼 활동 범위와 가치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역이 주인공 어린 시절에 국한되던 시기는 지났다. 성인 배우에 비해 대중들의 호기심과 호감을 사기에 좋아서 아역 모시기에도 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말했다.
아역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드라마의 주춧돌인 성인연기자들의 부담은 커지기 십상이다. 아역과 성인의 교차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안길 수 있고 이는 때 아닌 연기력 논란이나, 드라마의 몰입도 부족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본격적인 시작과 전개는 성인캐릭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드라마를 이끄는 추진력과 흥행, 성적 모두 결국은 성인배우들의 몫이다. 아역배우 아성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인배우들의 분투가 요구된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