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이병헌은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을 웃고 울린 배우다.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 ‘아름다운 그녀’ ‘해피투게더’ ‘아름다운 날들’ ‘올인’ 등 뿐만 아니라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번지점프를 하다’ ‘중독’ ‘달콤한 인생’ ‘쓰리, 몬스터’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많은 작품에서 쉴 새 없이 변화를 꾀하며 시청자들, 관객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루머에도 휩싸이고, 논란을 일으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이병헌은 ‘내부자들’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 앞에 서게 됐다. 그는 “일적인 측면일 뿐 아니라 살아갈 때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한다. 살려는 마음이 51%라면, 더 열심히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해도 그게 답인 것 같다. 영화인으로서 일 뿐 아니라 내 인생을 책임감 있게 말이다”라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마디를 꾹꾹 눌러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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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디자인=이주영 |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인생의 굴곡이 많은, 강하고 악랄해보이지만 순수한 인물 안상구로 분했다. 이강희를 믿는 모습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비장하고 치밀한 깡패라는 생각도 하지만 헛방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 인물이다. 유약한 면모가 보이기도 하고 이강희 한사람만 믿는 순진한 캐릭터다. 사람에게 한 명 쯤은 믿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안상구에게는 이강희가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안상구를 살릴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편집이 돼 좀 아쉽긴 하다.”
3시가40분짜리 작품에서 2시간10분으로, 수없이 많은 장면이 편집될 수밖에 없었고, 이병헌은 아쉬움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첫 신이 사실 정말 좋았다. 호텔에서 기자회견 가기 전에 기자를 불러 얘기하는 장면인데, 토요명화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난 내 인공손이 좋아. 이 손으로 밥도 먹고 똥도 닦는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왜 복수를 하는지 털어놓는 장면이다. 영화광(狂)인 안상구가 영화 속 대사를 많이 치는데, 편집된 게 많아 아쉽다”
이병헌은 안상구 캐릭터에 대해 “바지도 꾸겨질까 앉지도 않을 정도로 패션에도 민감한 인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극 중 안상구는 연장을 들고 강렬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비가 오는 날 운전을 하면서 옛날 노래를 듣을 뿐 아니라, 혼자 라면에 소주를 즐겨 먹는 장면은 그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 장면 좋아한다(웃음). 강한 면모를 보인 뒤, 옛날 노래를 부르지 않나. 위트가나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가 담기기도 했고. 의수(義手) 때문에 왼손을 많이 쓰기는 했는데, 익숙해지면 안상구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막 잡고 먹었다. 라면을 뱉는 것은 애드리브인데 왠지 처량하지 않나. 봉지에 담배와 라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안상구에게는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일 거라 생각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도 악함을 드러낸 적 있다. ‘악’(惡)에 대한 생각에 대해 그는 “영화 색 자체가 다르다. 행복한 시절을 누리던 깡패가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복수하는 스토리를 보면 ‘달콤한 인생’과 비슷할 수 있지만 다르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는 절대악 아닌가. ‘내부자들’에서는 인간다움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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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디자인=이주영 |
“작품을 통해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조바심 내고 싶지 않다. ‘내부자들’처럼 사회비리, 사회성 짙은 영화는 처음인데, 뭔가 거창한 뜻은 없었다. 단순하게 시나리오의 재미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 소식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도 시나리오를 보면 설레고, 손에 땀이 쭉 난다고 안상구보다 더한 영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제나 내 베이스는 한국이다. 어떤 사람과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야말로 ‘토요명화’에서 봤던 배우와 한 작품에서 호흡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좋은 시나리오를 보면 설레고 손에서 땀이 쭉 난다(웃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