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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주장만 되풀이 됐다. 약 2시간 30분간 공판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S병원장은 고 신해철의 죽음에 자신의 과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은 이와 정반대 입장이다. 그간 사건 일지와 검찰의 공소 내용을 확인하는 데만 두 차례 공판이 소요됐다. 속된 말로 '팔이 안으로 굽는다'던 의사협회조차 S병원장의 일부 과실을 인정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전문가들의 의학적 견해와 병원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의료 사고 관련 소송 특성상 불가피한 수순이다. 신해철 소속사 측은 "그럼에도 예상보다 험난한 길이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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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정치'란 사전적 의미보다 사회적 여론을 의미할 테다. 현재 그의 머릿속과 심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자신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그에게 반성이나 과오 인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 21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도 거부했다.
검찰의 1차 증인 신청만 11명이다. 고인의 아내 윤원희씨를 비롯해 소속사 매니저, 법의관과 검시관, 서울아산병원 의사,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 등이다. 그간 검찰 수사와 의료감정 자문에 이미 힘을 보탰던 기관·당사자들이다. 증언을 번복할 리 없다. 피고인 측의 반대 증인신문까지 더한다면 지리멸렬한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고 신해철의 의료 사고 의혹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바 있다. 신해철 사건 외에도 S병원 측이 그간 벌여온 편법 혹은 만행에 대한 의혹이다.
S병원장에게 위를 접는 수술을 받았다는 윤 모 씨는 부작용 탓 재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맹장까지 말 없이 제거당했다고 밝혔다.
S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간호사의 제보도 있었다. 간호사는 "(S병원장이) 위 밴드 제거 수술을 하면서 멀쩡한 맹장을 떼는 것을 숱하게 봤다. 1년에 한 두번이 아니라 한 달에 몇 번씩이었다"고 말했다.
"보험(수가) 적용을 받으려 한 것이다. 염증이라고 하고 (장기를) 떼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복강경 수술 자체는 보험이 안 되니까. 맹장이 있으면 맹장을 떼고, 맹장이 없는 사람이면 담낭을 뗐다"는 주장이었다.
S병원장은 할인된 금액을 환자에게 제시하고, 그 할인된 차액 일부를 보험공단에서 충당이 되는 맹장이나 담낭을 떼는 수술로 보상받았다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의심이다. 사실이라면 경악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의심과 정황만 있을뿐 이번 사건의 공소 내용과 엄연히 별개다. 법은 고 신해철의 직접적 사인만 놓고 볼 수밖에 없다. 사망 원인(위 천공구멍에 따른 복막염)과 수술 후 환자가 복막염 증상을 호소했을 당시 병원이 적절한 후속 조취를 취했느냐의 문제로 축소됐다.
애초 유족 측은 S병원장이 신해철을 상대로 원래 수술범위가 아닌 위 축소술을 환자 동의 없이 병행했다는 점을 강조해 그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상해치사는 사람의 신체를 고의로 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업무상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에 그치지만 상해치사는 3년 이상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또한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될 경우 구속 수사가 원칙으로 알려졌다.
S병원장은 지금도 작은 의원을 운영 중이다. S병원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그의 의사면허는 취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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