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새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이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능력자들’에서는 편의점 덕후, 버스 덕후, 열대어 덕후가 등장해 자신의 특기와 노하우를 공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편의점 덕후는 780종의 삼각김밥을 먹어보고 편의점 제품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덕력’을 갖췄다. 그는 11년간 편의점을 방문하고 블로그에 리뷰를 하는 파워블로거이자 취미가 일로 이어져 현재 편의점 마케팅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어 놀라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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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능력자들 방송 캡처 |
편의점 덕후는 편의점 역사부터 제품 특성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특히 자칭 ‘편의점계의 만수르’인 김도균과 대결을 펼칠 때에는 긴장감까지 자아냈다. “편의점 포인트가 80만 점”인 김도균과 편의점 덕후는 만나자마자 편의점 신제품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워냈고, 삼각김밥 빨리 깔끔하게 벗겨내기 대결과 퀴즈를 풀며 서로의 ‘덕력’을 시험했다.
이어 나타난 버스 덕후는 버스의 차종부터 노선은 아는 것은 물론 엔진 소리만 듣고도 차종을 알아내는 신공을 지닌 덕후였다. 그는 올드 버스를 연구하기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해 현지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전국은 물론 해외까지 돌아다니며 버스 정보를 모았다. 그는 버스 대백과 사전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버스 덕후는 심지어 버스 성대모사까지 펼쳤다. 처음에는 MC들의 부탁에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변속 기어까지 표현하며 성대모사에 심취해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그는 버스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한 ‘어벤져스’들과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해 “졸업한 후 연락 달라”는 스카웃 제의까지 받았다.
버스 덕후는 그런 ‘덕력’을 인정받아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1위를 한 사극 덕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울컥하며 “버스박물관 건립과 올드 버스 보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진심 어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버스 대백과 사전을 만드는 것도 지속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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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능력자들 방송 캡처 |
마지막에 등장한 열대어 덕후는 블락비 태일이었다. 그는 연예인이 아닌 열대어 덕후로 무대에 올랐다. 태일은 열대어들의 어항만 꽉 채운 ‘물방’을 공개하고, 아픈 열대어들을 매의 눈으로 캐치해 연고를 발라주는 정성을 보였다. 그는 “데뷔 전부터 열대어 동호회에 가입했고, 지금은 6년 정도 됐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정형돈으로부터 “블락비 활동할 때보다 더 밝은 미소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한 분야에 ‘심각하게’ 빠져있는 사람들인 ‘덕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 ‘능력자들’은 지난 추석 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능력자들’에 등장하는 ‘덕후’라는 표현은 온라인상에서는 자주 쓰이지만 아직까지 대중에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능력자들’은 과감하게 ‘덕후’를 아이템으로 삼아 이를 프로그램화 시켰다. 이런 과감함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규행 티켓을 거머쥐고 현재는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능력자들’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비교돼왔다.
베일을 벗은 ‘능력자들’은 제2의 ‘마리텔’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일단 ‘덕후’라는 단어의 이미지를 시청자에 각인시키기 위한 검증 코너들이 잘 꾸며졌고, ‘덕후’들의 토크는 그들만의 대화가 아니라 듣는 이도 빠져들게 하는 묘한 공감대가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 패널인 딘딘은 “솔직히 ‘덕후’라고 해서 얼마나 이야기가 재밌겠어‘ 싶었는데 정말 이렇게 빠져들 줄 몰랐다”고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안에 감동 코드도 잡아냈다. 버스 덕후가 바로 그 예다. 버스 덕후는 20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취미를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것에 눈시울을 붉혔다. 버스를 향한 버스덕후의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와 닿았다. ‘능력자들’은 재미와 감동을 고루 잡아내 첫 방송에서 새 예능프로그램으로서 합격점을 받아냈다.
물론 아직 견제할 점은 있다. 첫 방송이어서인지 많은 패널들이 등장하고 김도균이 초대됐는데 ‘덕후’에 한층 더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덕후’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칫 ‘연예계 진출 발판 프로그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MC 정형돈의 방송 중단 선언으로 빈자리가 생긴 것도 큰 과제다. 과연 ‘능력자들’은 악재를 딛고 기세를 몰아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