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싱어송라이터 레터플로우가 노래를 사이에 두고 리스너들과 공감하고 있다. 그가 줄곧 강조해왔던 게 ‘공감’이기에 이번 컴백이 더욱 의미 깊다.
레터플로우는 지난달 26일 정규 2집 ‘누군가의 하루 파트1’(이하 ‘파트1’)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하루에 대한 14개의 테마로 구성됐고 파트1과 파트2로 나누어 공개된다. ‘파트1’은 고독과 담담, 이별, 설렘, 그리움, 사랑, 반복이다. 각 트랙이 해당 감정과 짝을 이루며 곡마다 레터플로우만의 감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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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내기 전 걱정이 많았다. 정규 앨범인데 표현을 못해서 욕심을 못 담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댓글도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줘서 고맙더라. (웃음) 앨범에 대한 스스로의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좋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다행이다. ‘공감이 된다’는 말이 가장 좋다. 1집 때가 마냥 슬퍼야지였다면, 지금은 담담함과 비워진 마음 같은 것들을 담고자 했다. 편곡할 때 역시 화려하지 않게 하도록 노력했고, 최대한 감정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걸 담고자 했다.”
‘파트1’은 물론 ‘뭘 믿고 그렇게 이쁜거니’ ‘여행의 시작’ ‘겨울 그리고 또 겨울’ ‘어느 날의 오후’ ‘만남, 이별, 추억 그리고 그리움’ ‘돌아서다’ 등 발매한 곡마다 충만한 감성으로 리스너들을 만족시킨 레터플로우. 특히 ‘파트1’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20대의 나를 잘 표현하는 음악이 될 것 같다. 또한 20대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테마로 삼았다. 앨범 타이틀인 ‘누군가의 하루’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만들어 보자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체 타이틀을 ‘담담’으로 잡고 작업을 시작하다가 담담으로 곡을 쓰기엔 내 인생 경험이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하루’를 떠올리게 됐다. 트랙도 늘리고 테마도 늘려 좀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을 선보이고 싶었다. 정규 앨범을 위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가사를 쓸 때도 했던 표현인데, 썼던 단어인데 등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고 슬럼프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앨범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조금씩 안정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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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파르뮤직 |
“‘파트2’가 완전히 백지 상태는 아니다. 올 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트1’에선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을 담았다면, ‘파트2’에선 이는 배제된다. 이별만으로 노래를 만든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때문에 고뇌와 미래에 대해 지쳤을 때 쉬어가는 휴식, 위로, 후회 등의 감정을 담으려고 한다.”
다양한 감정을 오직 노래로 표현하고 있는 레터플로우이기에 대중의 눈엔 건드리기만 해도 섬세한 표현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는 “아니다. 감성이 메말랐다”고 걱정을 늘어놓기도 했다.
“감성이 메마른 것 같다. 슬픈 영화를 봐도 왜 슬픈지 모르겠고, 사랑 이야기는 오글거리더라. 감정선이 너무 무뎌진 것 같아 시집도 읽고, 안 읽던 책도 읽었다. 예전에 썼던 무언가를 봐도 감정이 안 살더라. 난 앨범에 내 욕심을 담고 싶었고 과정이 아닌 결과물이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다. 상상해서 곡을 쓰고 앨범 작업에 임하면 나 스스로도 몰입이 안 되기에, 또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듣는 이가 그 노래에 공감하면 나와의 공감이 아닌 음악과의 공감이 된다. 스스로도 공감되는 노래를 담고 싶었고, 욕심만 있었기에 스스로 객관성을 잃은 상태에서 작업한 것 같다. 그래서 다해놓고도 이게 좋은지 모르겠더라.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욕심을 버리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앞으로는 메마른 감정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생각해야겠다.”
현재 레터플로우는 수줍은 듯 부끄러운 듯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활발한 소통은 아니지만,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한 소통이다. 소통의 확장으로 오는 21일 단독 콘서트도 개최한다.
“조금이나마 SNS에 근황도 전하고 댓글도 달고 있다. 팬들의 반응에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다. 팬들의 댓글을 읽어보면 귀엽기도 하다. (웃음) 쪽지를 받기도 하는데 기분이 좋고 힘이 나더라. 콘서트는 라디오 콘셉트로 진행될 것 같다. 누군가의 사연을 읽고 거기에 공감하고, 사실 이게 소통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변화가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해 달라.”
“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콘서트 속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공연장에 온 관객과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내 음악에 공감하고 우리들만의 추억이 쌓일 수 있는 게 바람이다. 사실 개그욕심이 있는데 그 후에 노래를 부를 때 몰입이 안 될까봐,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멘트가 아닌 노래이기에 이를 찾다보니 멘트를 줄이는 것이다. 또한 아쉬움에 안달이 나 다음 콘서트도 오게 만들고 싶다. (웃음) 앵콜을 외쳐도 쿨하게 인사를 하고 내려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공연을 하고 싶다. 30살이 넘어서는 토크 콘서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개그욕심이 있는, 그러면서도 관객을 들었다놨다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는 레터플로우는 “인디계의 유희열, 신동엽이 되고 싶다”고 훈훈한 얼굴 속 예상치 못한 깜짝 발언도 인터뷰 중 잊지 않았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감성적인 노래에 가려진 재치가 아쉬울 뿐이다.
“계속해서 나를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내 노래와 공연에 실망하게 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내가 고칠 것이니, 꾸준히 봐 달라. 내 음악을 듣는 이가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으로 공감을 주고 싶고, 많은 분들이 몰라줘도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자 생각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디자인=이주영